LG 구본무, '통 큰' 격려금 불구 눈총…왜?
LG 구본무, '통 큰' 격려금 불구 눈총…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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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비인기 종목 '홀대'…"마케팅 불과, 선수단 지원부터"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구본무 LG 회장이 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 선수에게 5억원의 격려금을 전달키로 했지만, 여론의 반응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 반응이 주류지만, 그간 LG그룹의 행보를 감안하면 선듯 납득하기 어렵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다. 

9일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양학선 선수에게 5억원의 격려금을 전달키로 했다고 밝혔다. LG 측은 "어려운 가정 형편 등의 역경에도 불굴의 투지와 치열한 훈련으로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 선수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의미"라고, 그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LG그룹 외에도 일부 대기업들이 양 선수에 대한 후원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특별할 것 없는 '이벤트'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통 큰' 격려금의 순수성에 대해 의구심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눈총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뒤따른다.

무엇보다 LG그룹의 경우 국내 4대그룹 가운데 올림픽 비인기종목 후원에 가장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아예 후원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삼성 등 여타 대기업들이 그간 올림픽 선수단을 꾸준히 지원해 온 것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물론, 이들 대기업들은 우리 선수들의 잇단 승전보에 따른 '올림픽 특수'를 덩달아 누리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아 국내 최초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만드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고, 이번 런던 올림픽에도 직접 현지 응원에 나섰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도 이번 올림픽에서 효자종목으로 급부상한 펜싱을 후원해왔다.

SKT는 2003년부터 펜싱 대표팀에 연간 3억5000만원을 후원해오다 2009년부터는 연간 20억원으로 후원금을 늘렸다. 덕분에 국내 펜싱팀은 국내에서만 훈련하던 설움을 벗어나 1년 중 절반은 해외 전지훈련을 나갈 수 있게 됐다.

삼성그룹 역시 각종 비인기 종목을 후원해왔다. 오동진 삼성전자 고문이 대한육상경기연맹을,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대한빙상경기연맹을 각각 이끌면서 지난 2년 간 총 48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이밖에,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삼성전기는 배트민턴을 각각 후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양궁대표팀의 든든한 후원사이다. 1985년 정몽구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게되면서 인연을 맺은 후 2005년부터는 정의선 부회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총 200억 여원을 지원해왔다.

사격 종목에 대한 한화그룹의 각별한 애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역대 최고 성적으로 인해 이번 올림픽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김정 한화그룹 고문이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총 80억원의 발전기금을 조성지원했다. 이와는 별도로, 김승연 회장은 이번에 최고 성적을 올린 사격선수단에 별도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밖에 STX그룹은 이종철 부회장이 대한조정협회를 이끌며 지난 2년 동안 27억8000만원을 지원했고,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대한탁구협회장을 역임하며 같은 기간 20억원을 후원했다.

이번 런던올림픽 최대 스포츠스타로 떠오른 양학선 선수가 속해 있는 체조경기 후원사는 포스코.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자청하며 시작된 포스코와 국내 체조의 인연은 2006년 이후부터는 포스코 건설이 이어 받으며 27년 간 유지되고 있다. 그간 포스코그룹은 총 130억원을 지원했다.

또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상당수 대기업 총수들은 올림픽 기간동안 여름휴가 대신 런던 현지로 응원을 떠났다.

이같은 재벌 기업들의 각종스포츠 지원 사례를 염두에 둔다면, LG그룹의 무관심은 이상할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여름휴가도 자택에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LG그룹이 모든 스포츠에 대해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야구와 농구 등 인기 종목 지원에는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LG그룹의 스포츠 후원의 초점이 철저하게 '마케팅 효과'에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때문에, 구 회장이 이번에 양학선 선수 한 명에게 수재의연금 수준의 거액을 격려금으로 쾌척한 것과 관련, 뒷말이 적지 않은 것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LG그룹 측은 격려금 지원 배경과 관련 '양학선 선수에게서 감동을 받았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이유를 밝혔지만, 일각에서 그 순수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양학선 선수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무려 5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그룹사 차원에서 지급되는지 사재(私財)인지조차 아직 불분명하다. 실제로 LG그룹 관계자는 "양 선수 지원 여부는 결정됐지만 실무적인 부분은 별도로 검토해봐야 한다"며 "양 선수의 국내복귀 이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격려금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통 큰' 결정을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홍보' 효과만을 누린 단발성 지원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네티즌(ID 타토루)은 "다른 회사들은 메달 딸 수 있도록 수십억 씩 지원한 반면 LG는 메달 따고 나니 지원한다"고 꼬집었고, 또다른 네티즌은 "5억원 정도면 돈이 없어 힘들어하는 많은 꿈나무들을 지원하는게 더 바람직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까지 가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대기업들에게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를 강요하기는 어렵지만 이 부분도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이자 사회적 책임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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