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년5개월만에 금리인하…"경기 하방위험 확대"
한은, 3년5개월만에 금리인하…"경기 하방위험 확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먼사태 직후 처음…"물가 당분간 안정세"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09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12일 오전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3.00%로 결정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가 수출과 내수의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금융시장 불안 및 주요국 경제의 부진 등으로 성장의 하방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금리 정상화 기조에 발목을 잡았던 '물가'의 경우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근원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등 향후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 아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시장은 다소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국내 채권전문가들의 93%가 이달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등 시장에서는 한은의 7월 금리 동결을 전망해왔다. 물가우려·가계부채 부담에다 금리 정상화를 강조했던 한은이 금리정책 기조를 쉽게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재정위기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한은이 금리 기조를 유지하기엔 다소 부담이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1일(현지시간) 브라질 중앙은행은 8.0%로 기준금리를 인하,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트렸다.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금리 인하로 유로존 이래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인민은행은 한달 만에 두번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에서는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그간 국내 경기는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만큼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금리 인하로 경기 위축 우려가 심화되고 범 정부차원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상저하고'의 경기 전망을 예상했던 정부도 지난달 국내 성장률을 기존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둔화 대비에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 5일 공개된 기획재정부의 '경제동향(그린북)'에서는 물가 우려에 대한 언급이 줄어들고 동행·선행 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13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은 역시 국내 성장률을 기존 3.5%에서 3%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금리 전망 가운데, 모건스탠리가 7월 한국은행의 금리 변화를 정확히 예측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물가와 인플레이션 수준이 하반기에 문제가 안 될 것이므로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며 "금리의 하향조정은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 기업들에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가계의 빚 부담을 완화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주장했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해외 위험요인 및 이에 따른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는 동시에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중심선에서 안정되도록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금통위의 의사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