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마트, 가전업체 M&A '장군·멍군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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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전자랜드 모두 '불발'…주도권, 다시 롯데쇼핑?

[서울파이낸스 윤동 구변경기자]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두 가전유통업체의 매각작업이 아쉽게도 잇따라 무산됐다.

유통 및 가전업계에서는 이번 M&A를 롯데쇼핑과 이마트라는 두 유통 대기업간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두 유통대기업이 가전분야를 강화하려고 경쟁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먹잇감을 놓치고 말았다는 해석이다. 그럴듯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두 기업간 경쟁은 아직도 '진행형'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관측은, 3일 하이마트의 우선협상대상자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 기간이 종료됐다고 공시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MBK는 2일까지 하이마트 매각이 완료되지 않자 2주간 배타적인 우선협상계약을 추가로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절차는 복잡해 보이지만, MBK파트너스가 가격 등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하이마트 인수를 포기한 것이 본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앞서 진행된 전자랜드 인수전을 떠올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일 대주주(46%)인 에스와이에스홀딩스와 맺은 전자랜드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해지했다. 역시,  양해각서를 맺고도 전자랜드 인수를 포기한 근본 이유는 인수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두 건의 M&A를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별난'(?) 시각이다. '라이벌'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인수에 실패하면서, 가전 유통시장에서의 견제목표가 흐려진 이마트가 보수적인 가격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전자랜드 인수에 공을 들였으나, 막상 경쟁자가 사냥감을 놓치자 스스로 의욕을 잃게 된 것이 M&A무산의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로 '장군'을 부를 줄 알고 전자랜드라는 '멍군'으로 대비했는데 '장군'이 없어지자 '멍군'도 필요 없게 된 것 아니겠냐"는 말로, 이들 두 기업의 가전업체 M&A를 둘러싼 경쟁관계를 설명했다.

아무튼, 결과만 놓고 본다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그런 모양새다.  

그런데,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두 기업간 가전부문 강화를 위한 경쟁은 여기가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각작업이 불발로 끝난 하이마트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게 됐고, 이 경우 롯데쇼핑이 재도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엔 상대방이 '멍군'을 준비하지 못한 점을 간파하고 '장군'을 부를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 역공 찬스를 잡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애초부터 롯데쇼핑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필요에 의해서 일을 진행했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게 되면 가전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염두에 두고 전자랜드 인수를 검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롯데쇼핑의 움직임은? 현재 롯데쇼핑은 웅진코웨이 등 다른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태다. 일반적으로 M&A시장에서 덩치 큰 먹잇감을 한꺼번에 소화시키는 경우는 드믈다. 백수의 왕 사자가 그렇듯이. '승자의 저주'라는 말도 있다. 

현 싯점에서, 롯데쇼핑이 이마트와의 경쟁관계를 의식해 하이마트 인수전에 또다시 뛰어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한편, 롯데그룹 관계자는 "(하이마트가) MBK파트너스에게 인수될 줄 알았는데 안 됐다"며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서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웅진코웨이 등 다른 인수합병건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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