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흉포화되는 보험범죄, 대책 없나?
조직화·흉포화되는 보험범죄, 대책 없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적발금액 4237억원…전년比 13%↑
"법적근거 마련해 조사능력 확보해야"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 태백지역 3개 병원과 보험설계사와의 공모를 통해 지역 거주자들을 다수 보험에 가입 후, 허위 반복 입원하게 하는 수법으로 총 157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지역주민 및 병원장 등 총 410여명을 검거했다.

# 방모(39세, 여)씨는 다수의 보험사에 사망보험을 단기간 집중가입 후, 중국 여행중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며 총 21억여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후 방모씨가 지난 2월 중국에서 자수해 서울지방경찰청이 보험범죄범 3명을 검거했다.

# 강모(45세)씨는 캄보디아 여성 체모(25세)씨와 결혼해 배우자 명의로 6개 생명보험에 집중가입했다. 이후 체모씨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화재사로 위장 살해해 사망보험금 약 12억원을 편취하려 했다.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험범죄전담 대책반과 각 보험사에서 운영중인 SIU에 적발된 대표적인 보험범죄 사례다. 18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보험범죄가 갈수록 조직화되고 그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범죄의 특징은 크게 조직화, 흉포화, 지능화, 국제화, 사전계획적 보험범죄 증가"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단독범행이 아닌 일가족, 조직폭력배, 전문브로커 등에 의한 조직적인 범행이 증가하고 있으며, 친족간 살해, 장애인 살해 등 잔혹한 보험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수의 고액보장성보험에 중복가입 후 단일사고로 고액 보험금을 챙기는 등 그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으며, 해외에 나가 허위 보험사고를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국제화 양상도 나타난다. 또한 연성사기로 분류되는 사고 후 피해과장유형은 줄어드는 반면, 고의·허위사고 등 사전계획적인 경성사기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감독당국과 보험사들도 보험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 대책반'을 운영중이다. 올 3월11일까지 총 264건, 1317명(편취금액 513억원)을 적발했다. 정부는 보험범죄 전담반을 2009년말까지 운영하기로 했었으나, 2012년말까지 연장했다. 현재 국무총리실에서 조직 확대 등 향후 운영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도 보험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총 17개의 생보사들은 보험범죄조사전담 특별조사팀(SIU : Special Investigation Unit)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직 형사들을 채용하는 등 매년 조직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84명에 불과했던 SIU인원들은 2011년 121명으로 늘어났다.

손보사들도 보험범죄 전담반이나 언더라이팅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보험협회는 단기간 집중가입자, 소득·직업대비 과다가입자 등의 심사를 위해 보험계약정보통합시스템(KLICS)을 구축하고 보험범죄자 혐의점 분석시 기초자료 제공 및 언더라이팅, 부당 보험금 지급방지를 위한 지급심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민영보험 보험사기 추정 규모는 2010회계연도 기준 3조4105억원으로 2006회계연도 2조2303억원 대비 52.9% 증가했다. 이로 인해 선량한 보험소비자가 낸 부담금액은 가구당 20만원(1인당 7만원)으로 2006회계연도대비 42.8% 늘어났다.

2011년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237억원으로 전년(3747억원) 대비 13.1%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보험범죄 추정금액의 13.4%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보험범죄 대책반이나 SIU의 수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보험금을 청구해야 조사가 착수되기 때문에 증거 확보가 어려우며, 보험사고발생 후 장기간 경과된 후 보험금을 청구하기 때문에 보험범죄혐의 입증이 난해하다. 또한 보험범죄 조사를 위한 수사권이 없어 제한적인 조사에 그쳐, 적발하더라도 지급보험금의 회수가 어려워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SIU에서 보험범죄를 적발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금감원에 보고하는 게 끝"이라며 "경찰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수사를 안 한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찰들도 업무가 많아 일일이 수사하지 않으며 단속기간일 때에 주로 수사하는데, 적발시 경찰의 실적에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이유로 경·검찰의 적발실적은 '보험범죄 특별단속' 시기에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보험범죄 적발금액은 추정금액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다. 또 혐의가 인정된 경우라도 처벌수준이 미약하다는 점도 보험범죄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험범죄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을 신설하고, 중대한 보험범죄자에 대해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사기조사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해 보험사의 조사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또한 현재 금융위원회에 부여돼 있는 행정조사권을 강화해 피의자 심문, 사업장 수색 등의 강제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혐의입증을 위한 사진촬영의 경우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범한 불법행위로 간주되고 있어 증거수집에 어려움이 있어, 이를 조건부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