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인색한 금융사들, 기관투자자 탓?
'기부' 인색한 금융사들, 기관투자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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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지분율 높을수록 기부금 적어
오히려 外人 대주주 금융사가 많아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높은 금융사일수록 기부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투자자가 대주주로 있는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기부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나 기관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이익극대화에 매몰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본지가 55개 상장 금융사의 2010 회계연도 당시 지배구조와 기부금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외국인투자자가 대주주이거나 5% 이상 주요주주로 있는 금융사의 기부금은 매출액의 0.23%를 차지했으며, 기관의 영향을 받는 금융사는 0.16%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9일 열린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 발표회에서 김영식씨(경희대학교 박사과정)가 '기업의 기부금 지출 결정요인' 논문을 통해 "기관투자자는 경영자의 재량적 지출을 감시 및 통제하기 때문에 영업손실로 볼 수 있는 기부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것과 일치한다.

김 씨는 "특히 금융 분야에서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기부금이 줄어 든다"며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기부금을 기업가치 제고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이익의 극대화가 우선라고 생각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인은 대형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기관은 꼭 그렇지 않다"며 "외국인이 주로 투자하는 대형 기업들이 기부를 상대적으로 많이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식씨는 "기업의 크기도 계산에 넣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며 "대기업이 기부금 지출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매출액 대비 기부금액이 우리투자증권 0.4%, 삼성증권 0.24%, 현대증권 0.13%를 보이는 등 대형증권사들이 평균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지만, 유화증권이 2.93%, 한양증권이 1% 등 하위 증권사들 중에서도 대형사보다 더 많이 기부를 하는 곳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은 기부를 일상적으로 하는 문화라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요즘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경제 규모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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