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들 "저축銀 인수 검토"…당국 압박 통했나?
지주사들 "저축銀 인수 검토"…당국 압박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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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등 저축은행 추가인수 시사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4개 저축은행에 대해 '인수 검토'로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정부 요청시'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그간 '인수 거부' 입장을 줄곧 내비쳐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압박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등 4개 저축은행의 계약이전 방식에 따른 입찰을 공고한 가운데, 하나·우리금융지주 등이 이들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대해) 정부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충분히 검토해보겠다"며 "한국 금융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조직통합과 기존 저축은행의 영업정상화로 인해 추가 인수는 곤란하다는 기존 입장에 견줘봤을 때 사실상 '인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금융은 올 초 제일2·에이스저축은행을 인수해 하나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을 추가 인수해야 서민금융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영업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해명에도 "싼 값에 가져가려는 엄살"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하나금융 측은 확대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존에 인수한 저축은행 사업의 정상화와 외환은행 인수 후 조직통합이 우선이라는 기본 입장은 바뀐 게 없다"면서 "말 그대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역시 저축은행 추가인수를 검토 중이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저축은행의 영업 정상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작년 초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해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출범시킨 이후 3개월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익을 거뒀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역시 "저축은행을 하나 정도 더해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혀왔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면 인수를 검토할 의사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의 압박에 따른 '울며 겨자먹기식'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정부의 저축은행 매각의 성공 여부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당국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저축은행 매각에 '아니다'라고 선긋기는 어렵다"면서 "M&A에서 CEO 의지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인수 검토로 선회하고 있는 금융사의 분위기는 저축은행 매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보는 오는 14일까지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후 내달 중순 입찰을 실시해 8월 말까지 계약이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매각방식은 패키지(일괄) 매각이 아닌 개별 매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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