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탁상행정'식 불법사금융 신고센터
[기자수첩] '탁상행정'식 불법사금융 신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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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별도로 기록해두지 않았습니다. 지원에서 제외된 사람 중에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불법사금융 신고센터에 대한 브리핑 당시 금융위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금융당국은 금융상품 지원요건 완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5월31일이라는 마감에 맞춰 부랴부랴 진행하느라 추가지원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마련한 불법사금융 신고센터와 관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다.

한달 반 신고센터 운영기간 동안 무려 3만건이 접수됐지만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규모는 고작 500건에 불과했다. 캠코 등 2차 서민금융기관으로 이전된 건수만 약 4000건인데 500건이라는 숫자는 결코 실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규모다.

신고센터 일선 담당자들도 "금융지원을 문의하는 사람 중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다. 금융지원 대상자가 이정도로 적을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센터 출범 당시 지원규모에 대한 고민이 사실상 없었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1년 동안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신고건수가 2만5000건이었는데, 불법사금융 신고센터에는 한 달 반 만에 이 기록을 뛰어넘었다. 불법사금융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해당 센터에 전화를 건 사람들은 은행은 물론 2금융에서조차 거절당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이다. 금감원은 그러나 '소득이 불확실해서', '기존 채무를 연체해서'라는 등의 이유로 지원을 거절했다. 오갈 데 없는 서민들을 정부가 또다시 내친 꼴과 다름 없다.

물론 아무런 제한 없이 빚을 탕감해줘서는 안된다. 이들 가운데는 선의의 피해자가 있는 반면 빚탕감 능력이 충분한데도 정부 정책을 악용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자격 요건과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왕 자격요건을 낮출 거였으면 하루에 수천 건씩 전화가 오던 시행 초기에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해 이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등으로 서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는 금융당국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좀더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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