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 추락시대,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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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용등급이 두 단계 하락했다. 22일 현재까지는 여러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서도 피치 한군데서만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지만 다른 신용평가사들 또한 그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주요국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G8 국가들 중에서만 해도 벌써 미국, 프랑스에 이어 일본까지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일부 매체들의 ‘일본의 신용등급이 한국과 같아졌다’는 기사 제목을 보면 안도하고 스스로 흐뭇해하는 뉘앙스가 읽힌다. 참으로 철없는 보도 태도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낮을 것이라는 OECD의 최근 전망이 아니더라도 세계 경기 침체기에 다른 나라보다 타격을 입는 한국 경제의 취약한 구조를 생각한다면 지금 일본의 추락에도 우리는 건재하다고 으쓱하는 뉘앙스의 기사 제목을 뽑아댈 수는 없는 일이다.

OECD가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는 유럽, 미국의 회복지연과 유가상승 등으로 3.4% 성장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유럽재정위기, 중국 경기둔화, 유가상승 등 3박자 악재로 3.3%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3.8%에서 3.5%로 전망치를 낮췄던 지난달에 이어 한달 만에 또다시 0.2%를 낮춘 것이다.

OECD는 한국정부를 향해 3박자 악재 외에도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민간소비 둔화 등 대내위험요인에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재정건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통화정책은 경제회복에 따라 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런 OECD의 처방이 나오기 전에 국내에서도 KDI와 한국은행, 금융연구원 등에서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정부의 성장률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제구조가 현재 여기저기서 나오는 전망보다 더 암울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구조라는 점이야 이미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경기에 예민한 품목들이 현재의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타격이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의 수출경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 뒤를 철강과 조선이 받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이 주력이고 현대자동차는 자회사인 기아자동차와 더불어 근래 대형차 개발에 열을 올린 터라 현재의 시장상황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

끊임없는 업그레이를 통해 시장을 확장시켜가는 반도체와 휴대폰은 새로운 소비를 끌어내기 어려운 경기침체기에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시장은 당연히 경기침체기에 값싼 자동차, 유류소비량이 적은 차 쪽으로 소비가 옮겨갈 것이다.

가격이 다소 오르더라도 유지비용이 적게 든다면 유가가 치솟는 시절에 관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 몇 년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미국의 대형차 시장 진입에만 집중하느라 한국 차가 갖고 있던 장점들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다.

비용 효율만 염두에 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세계경기의 전망과는 어긋난 선택이었다.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잠시 반짝했던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전조라는 것쯤은 기업 경영자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했어야 마땅하다.

잠시 경기가 살아나는 듯이 보이다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현상은 세계 금융자본들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략이다. 따라서 잠시 살아날 것처럼 보이다가는 금새 다시 갈아 앉기 과정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얼마나 더 그런 현상들이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도 어렵다.

기업의 자국 정부에 대한 어리광이 결국 세계 각국 정부의 국가신용도를 떨어뜨리고 기업을 소유한 자본은 거대화하면서 그동안 지원해주던 정부를 벼랑 끝으로 밀고 있다.

우리만 그런 줄 알았더니 미국도 별 수 없다는 것을 지난 금융위기 과정에서 충분히 보았다. 글로벌 경영을 외치려면 세계 경기 전망부터 글로벌한 시각에서 내리도록 능력을 키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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