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국계로 넘어가면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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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나 씨티은행을 보세요. 외국계 금융그룹이 국내 은행을 가져가서 제대로 사업하는 곳이 있나. HSBC나 아비바그룹도 한국을 포함한 로컬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장기간 경영전략이 나오는 곳이 아니에요. 같은 맥락에서 외환은행도 진작에 국내 금융사가 가져갔어야 했어요. 우리금융도 마찬가지고..."

사석에서 만난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자리를 함께 한 피인수 은행 임원의 표정은 아랑곳 않고 이처럼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재차 불거진 우리금융의 민영화 이슈가 발단이 됐다. 

최근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 추진에 나섰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하나같이 손사레를 치고 있다. 이에 지난해처럼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이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시각 역시 외국계 금융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사모펀드의 주된 목적은 기업 정상화를 통한 이익창출이다. 기업에 대한 중장기 청사진보다 '몸값 올리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특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과 금융노조 등 여론이 외국계자본 유입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도 '제2의 론스타 사태'를 염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인수전에 사모펀드는 물론 외국계자본 참여도 제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처럼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는 상황을 염두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당국으로서는 '외국계 자본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의 속내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국내 금융사들이 외국계자본과 사모펀드를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가는 좀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이 내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3대 원칙(조기민영화와 금융산업의 발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가운데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원칙에 외국계 및 사모펀드가 위배되는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국내은행이 인수한다고 해서 금융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사실 국내 은행의 경우 '우물안 개구리' 신세다. 사실상 전체 이익의 100%를 국내 대출의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은행간 합병이 독과점 형태의 경쟁구도로 이어져 금융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은행이 해외에 나가기 위해서는 외국계은행처럼 덩치를 더 키워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단순히 국내외 은행간 자산 규모만을 비교해 나온 성급한 결론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외국계에 인수된 국내은행의 경우 자산규모 측면에서는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국내은행들의 성장세가 과연 외국계 은행에 비해 탁월한 능력 때문인지는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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