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봉인 소동의 역사
투표함 봉인 소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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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다 나온 12일 현재까지 선거 얘기 말고는 이렇다 할 뉴스도 찾아보기 어렵다. 해서 필자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보기로 작정했다. 그저 소소한 얘기들로.

이번 19대 총선, 여러 면에서 한숨도 나오지만 또 한편으로는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역 장벽은 견고했고 도`농간 의식 격차 또한 여전히 컸다. 한반도의 남쪽만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정말 동서가 나뉘어 있음을 선거 결과로 증명했다.

동쪽은 완고했다. 제수를 성희롱했다니, 논문을 3단 표절했다니, 일제시대를 살아낸 이들 99%가 친일파라니,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삼으려는 일본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느니 해도 새누리당이니까 '무조건'이었다.

명색이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문재인 바람도 본인을 포함해 겨우 3명이 부산과 김해에서 당선되는 데 그쳤다. 이번에는 강원도에서부터 경상도까지 온통 붉은색이 칠해졌다.

그 붉은색이 보수여당의 색으로 선택된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진보정당은 이념공세를 염려해 결코 택할 수 없었던 색인데 보수여당이 선택하니 언론이 잠잠하다. 그런 판이니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새누리당의 복지정책이며 재벌정책 등은 ‘좌클릭’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에 나발 분 언론이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유사한 정책일지라도 민주통합당이 발표하면 즉각 현실성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 메이저 언론들의 그런 행태는 늘 봐 온 일인지라 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여가 시간을 오로지 TV 보는 것밖에 달리 무얼 하기도 어려운 노인층, 서민층들을 향해 오로지 한 방향의 목소리만 쏟아내는 자칭 공영방송 경영자들은 저항하는 방송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더욱 즐기는 듯하다. 차라리 잘됐다는 듯이.

1인 중심체제로 일사분란하게 선거전을 치르는 새누리당에 비해 사공이 많은 민주통합당은 대표가 확고하게 밀고 나아가질 못하고 계속 눈치를 살피다 문제 해결의 시기를 잃고 만다. 새누리당의 공천탈락자들은 하루 이틀 반발하다가는 보수의 승리를 위해 곧바로 승복한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에서는 세상을 향해 호남사람 죽이기라고 반발하며 지역구의 오랜 정서에 기대어 끝내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다. 그런 모습이 수십년 군사독재체제 하에서 살아온 세대들에게는 영 불안하다. 한마디로 정권을 맡길 확신을 못 갖게 한 것이다.

누군가 깃발 들고 나를 따르라고 외치면 모두가 따르는 상황이 편안하도록 길들여진 탓이다. 그래서 박근혜당이라 불러도 무관할 새누리당의 모습이 훨씬 안정적으로, 믿음직스럽게 보인다.

게다가 선거이슈도 모조리 선점했다. 많은 대중들이 보기에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는 대단한 차이로 보이기도 어렵다. 그저 말만 어렵게 들렸을 가능성이 더 많다.

민주통합당은 대중들이 기억할만한 포지티브 한 구호조차 쉬 발견되지 않았다. 선거는 대중 선동의 기술도 요긴하건만 그런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구호를 생산하는 데도 무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단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MB정권 심판’이었지만 진흙탕 싸움 속으로 끌려들어가면서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는 대중들에게 잊혀진 구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쉬이 잊힌다는 것이 네거티브 구호의 약점이다.

그러나 이 신문 저 방송 모두가 떠드는 이런저런 소회보다 필자의 관심을 확 끌어당긴 것은 정동영 후보 측에서 ‘선거무효소송’까지 고려한다는 강남을 선거구의 사건이다. 실상 이승만 정권부터 박정희 정권까지-전두환 정권은 아예 논외로 치고-갖은 부정선거가 있었지만 특히 개표함에 직접 손을 대는 원시적 부정선거는 아무래도 이승만의 자유당 정부가 가장 화려했다.

그런 기억으로만 보자면 투표함이 봉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준비된 투표용지가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런 경우 웬만해서는 확인도 어렵다. 그래서 절차의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 배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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