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LS 전성시대의 씁쓸한 단면
[기자수첩] ELS 전성시대의 씁쓸한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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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가히 'ELS(주가연계증권) 전성시대'라 할만 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분기 ELS 발행금액은 전분기보다 74% 급증한 13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성시대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나물에 그 밥'식 ELS만 출시될 뿐 시장에 이슈가 될만한 '뉴스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기초자산, 설정기간, 우대조건 등을 변형해 출시하고 있지만 '보수, 유지, 보수, 유지'라는 틀에서 맴돈다.

증권사들은 결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설계 과정에서 철저히 고객니즈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A 지점에서 조기상환이 빨리 이뤄지는 상품 요구가 많다면 그에 맞게, B 지점에서 '우리도 잘 나가는 상품을 달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그에 맞춰 내놓는 방식이다.

'실험적인' 시도가 부재한 이유는 또 있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마케팅 측면에서 대형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기존 흥행공식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

하지만 반복적인 포맷은 분명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장이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ELS 대신 ETF로 눈길을 돌렸다. 이는 상품의 특성에서 기인했다기 보다 증권사의 천수답식 영업전략이 한몫 했다.

증시 상황에 따라 흥행상품을 따라가는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다음 흥행상품이 나올 때까지 넋놓고 하늘만 쳐다보는 증권사들도 적지 않다. 더욱이 최근에는 ELS 수수료율이 브로커리지보다 높아 수익 보전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브로커리지만 믿고 '증권사는 어떻게든 본전 장사는 한다'는 식으로 경영해온 중소형 증권사들의 위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 트렌드와 역행하는 리스크를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차별성 없는 물량 공세는 결국 업계의 '제살깎기' 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증권업계, 나아가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유행만 따르면 된다'는 식의 영업행태에서 벗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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