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은행, '중앙은행' 위상 갖출 때
[기자수첩]한국은행, '중앙은행' 위상 갖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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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한국은행은 돈을 직접 발행해 유통시키고, 적절한 통화정책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역할인 기관이다. 대한민국 중앙은행으로서 정부 독립성을 인정받은 기관이자 국내 통화제도의 근간에 서 있기도 하다.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해외 기관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영국 영란은행,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 일본 일본중앙은행 등이다. 이들 기관은 역내를 넘어 세계 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역할과 위상도 덩달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은 미국의 경제대통령, 나아가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받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규모 면에서 단순비교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한은의 경우 역내 위상이 FRB에 한참 못미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한은은 과거 국내 핵심 인력들이 몰려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씽크탱크'로서의 위상을 자랑했던 시절도 있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해졌다"며 "요즘 신입직원들은 한은에 다닌다는 자부심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마음으로 다니는 데다 연봉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커리어를 쌓는다며 이직하는 직원들 또한 적지 않다"는 푸념섞인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은의 역내외 위상 강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 과제가 됐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사는 대한민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을 조정은 향후 1년~1년 6개월 이내 등급 자체가 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의 신용 등급이 현 수준인 'A'에서 'AA'로 조정된다면 중국,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취임 당시부터 '한은의 글로벌 위상 강화'를 외치며 세계 시장에서 한은 알리기에 적극 노력해 왔다. 재직기간 700일 중 나흘에 하루 꼴인 171일을 해외에서 보냈을 정도다. 최근 한은 직원들이 줄줄이 국제 기구의 리더 역할을 맡는 것만 봐도 한은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은은 글로벌 위상은 '대한민국 중앙은행'이라는 타이틀만 가지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의 역할과 위상강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측면에서 한은의 역내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고물가와 가계부채 문제 등의 '원흉(元凶)'이 한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한은이 풀어야할 숙제는 산더미다. 한은이 역내 위상 강화를 통해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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