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증권사 배불리기?
증권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증권사 배불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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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예탁원 20~25% 인하
증권사 동참 여부는 '미지수'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금융당국의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 조짐이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강제 규정이 없어 증권사들이 동참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또다시 수수료경쟁이 불붙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 증권사 이익개선 기대

5일 금융당국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수수료를 20~25% 인하하는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행 수수료 구조는 투자자들이 매매거래시 평균 0.1868% 수수료를 내면, 증권사들은 거래소에 0.00329%, 예탁원에 0.00133%, 금투협에 0.00082%를 각각 지급하는 형태다.

거래소와 예탁원이 수수료를 낮출 경우 증권사는 인하분 만큼 수수료 인하 여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은 대고객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수수료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역시 "확정안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며 "대고객 수수료를 내리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지 두고본 후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만일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유관기관의 수수료 인하분은 고스란히 증권사 이익으로 편입된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시장이 예상한 10%대 예상보다 인하폭이 확대됐다"며 "이로 인해 8개 증권사의 평균 연간 영업이익은 평균 1.9%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강제 규정없다"

지난 2008년, 2009년에도 일부 증권사들이 '낮은 수수료'를 이유로 수수료 인하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거래소와 결제원이 한시적으로 수수료 면제 방침을 밝혔지만 참여 증권사는 일부 대형사에 그쳤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유관기관이 수수료를 인하하더라도 그것을 개별 증권사에서 반영할지는 증권사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다만 사회적 분위기가 수수료 축소 쪽으로 가고 있는 만큼 증권사에서 호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고객 수수료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여론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을 내비친 것이다. 이와관련 진웅섭 금융위 자본시장국 국장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증권사 배불리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왜 나온지) 이해한다"며 "실무진들에게 유념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수수료 인하 여론이 확산될 경우 증권업계의 수수료 인하 신경전이 재차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증권사들은 수수료율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수수료가 충분히 낮은 상황인 만큼 추가로 수수료를 낮춘다 해도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투자자들의 불만만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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