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대학생 '모의투기대회'?
[기자수첩] 증권사 대학생 '모의투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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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장도민기자]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 증권사 모의투자대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투자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은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투자대회의 특성을 감안하면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투자증권을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2월부터 올초까지 대학생 모의투자대회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대학생을 대상으로한 모의투자대회를 진행 중이다. 또한 오는 4일부터는 동양증권이 'BUS배 모의투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모의투자대회가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투자대회 입상을 통한 가산점 획득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증권맨은 금융업 종사자 가운데서도 높은 연봉으로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증권사들이 대회 입상자를 바로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입사 지원시 비교적 높은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입상 경력을 인정하는 기업들도 많아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올해 선거철와 맞물리면서 모의투자대회가 '투기대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회에 참가하는 대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 테마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족한 금융지식도 원인이지만 경험이 아닌 '목적'을 가지고 참가하다보니 위험성이 높은 종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대형증권사가 주최한 투자대회에서 2위로 입상한 한 대학생은 "주식이라는 것이 어차피 도박 아닌가요. 테마주 안타고 대회에 입상할 방법이 있긴 한가요?"라고 되물었다.

이 대학생은 결국 지난해 10월 유명 실전투자대회에서 여러 증권사 계좌로 허수주문을 하는 이른바 '메뚜기 주문'을 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증권사 투자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인식을 일정부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례는 주식매매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가 리스크 없는 환경에서 잘못된 투자습관에 길들여질 경우 실전에서는 금융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증권사들이 수상자 선정 기준을 재정립하고 투기성 종목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대회 자체가 일정기간으로 제한을 두고 수익률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투자 문화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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