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유사 팔비틀기는 그만
[기자수첩] 정유사 팔비틀기는 그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국내 기름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리터 당 2000원을 넘은지 한달. 날마다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서민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헛물만 켜는 모습이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유가대책은 알뜰주유소가 대표적이다. 앞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유가 부담을 덜기 위해 알뜰주유소 확대를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 알뜰주유소를 빠르게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알뜰주유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당초 정부는 리터당 100원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50~70원 가량 저렴하다. 일부지역 알뜰주유소의 경우 구별 평균가격을 웃도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까지 나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 유가가 5일 이상 배럴당 130 달러를 웃돌 경우 유류세 인하 등의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류세 인하대신 석유제품 현물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장해 유통구조 개선에 나섰다. 정유사간 주유소 유치 경쟁을 통해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가격과 유류세 비중이 약 93%에 달하는 가운데 유류세 인하 조치 없이 유통 및 정유사 마진만 줄인다고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인하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것.

하지만 정부는 최근 정유사 사장들을 불러 모아 "유가 안정에 '협조' 해달라"며 다시 정유사들의 팔 비틀기에 들어갔다. 작년 시행했던 기름값 인하 정책 같이 정유사들이 가격인하에 힘써줄 것을 강요한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나 마진 등은 이미 오피넷에 공개된 상황"이라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정부가 유류세 인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솟는 물가에 갈수록 팍팍해져가는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정유사 팔을 비틀어 얻어내는 효과는 일시적일 뿐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