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위 사옥이전을 둘러싼 '고부간의 갈등'
[기자수첩] 금융위 사옥이전을 둘러싼 '고부간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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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사옥이전을 추진 중인 금융위원회가 결국 '이빨'을 드러냈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투자협회 건물을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선정하고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꼴사납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금투협 파견 직원을 돌려보내는가 하면, 5월 예정된 금융위원장배 축구대회에 금투협이 납부한 참가비 120만원도 반환했다. '참가 불허' 의견도 전했다.

금융위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지만 삼척동자가 아니고서야 금융위가 '괘씸죄'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업계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융위의 '꼴 사나운' 행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초에는 지난해 새로 준공된 금융투자교육원 건물로의 이전까지 검토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건물에 입주 중인 어린이집을 차마 빼라고 할 수 없어 접었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김석동 위원장까지 나선 모양새다.  '대책반장'이라는 별명답게 발언도 노골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서민금융 현장점검 1박2일'에서 "금투협에 가게 되면 금융위 기자실을 금투협 기자실보다 더 크게 만들어 주겠다"며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현재 금투협 기자실은 금투협 건물 한개층의 절반 넘게 사용 중이다. 이보다 더 큰 기자실을 만들려면 한 층 전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또 경기고 선배인 박종수 금투협회장을 집무실로 불러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구두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위가 금투협 사옥이전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는 '여의도'라는 지리적 요건과 함께 '값싼 임대료'가 꼽힌다. 현재 금융위가 금감원에 내는 한 해 임대료는 18억원. 사실상 하위기관인 금투협이 이를 뛰어넘는 임대료를 금융위에 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금투협이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정부기관인 금융위의 이같은 행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금감원과의 업무 밀접도를 이유로 '여의도'를 고집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현 정부 내내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번 사옥이전 역시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궁여지책 측면이 강하다.

결국 이번 갈등의 시발점은 금융당국의 '내분'이라는 얘긴데 애꿎은 금투협 입주 업체들만 가시방석에 앉은 형국이다. 더욱이 입주업체인 KTB자산운용은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금융위에 약점이 단단히 잡혀있고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는 정회원지위가 없는 특별회원으로서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시어머니가 대접 좀 받자는 데 며느리가 너무 반대하면 안된다'는 금융위. 회원사들의 입장을 우선시해야하는 금투협. 이처럼 웃지못할 '고부간의 갈등'이 한국 금융시장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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