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쓴소리' 이종우 센터장 "애널리스트가 아이돌인가"
'Mr. 쓴소리' 이종우 센터장 "애널리스트가 아이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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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5년 증권가 베테랑…"'영혼 깃든' 분석 내놔야"

[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권가에서 '닥터둠'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시장의 비관론자'라는 닉네임이 있을 정도로 웬만해선 시장을 낙관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칼날'이 이번에는 자신이 25년간 몸 담아온 증권가로 향했다.

◆ "보고서 질 낮아지는 악순환 반복"
이 센터장은 "암묵적으로 다 아는 얘기지만 또 모두가 함구해 온 문제"라며 말문을 열었다. 바로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랭킹 문제다.

실제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매년 통과의례처럼 '랭킹'에 시달린다. 주최만 몇 군데인 '올해 최고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시장에서는 랭킹 1위가 곧 연봉 1위고, 순위에서 밀릴 경우 연봉은 떨어진다"며 "최악의 경우 짐을 싸야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간 애널리스트들이 한 증권사에서 다른 증권사로 비일비재하게 옮겨 다녔다"며 "국내 리서치 연구원의 평균근속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아이돌 그룹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랭킹'을 의식한 보고서가 마구잡이로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층적이고 거시적인 분석이 깃들어야 할 보고서가 당장의 상승여력만을 좇는 '메신저'로 전락했다는 것.

그는 "턴 오버는 높아지고 축적되는 것은 없다"며 "'특정 종목의 분기 이익이 얼마'라는 식의 보고서를 누가 더 빨리 전하느냐가 랭킹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되면서 분석의 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 "투자의견 '매도', 왜 없냐면…"
이 센터장은 증권가의 '매도 보고서' 부재에 대한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코스피200 종목이 새롭게 지정된 지난해 6월1일 이후 증권가는 총 9879건의 보고서를 냈지만 그 중 투자의견이 '매도'(SELL)인 보고서는 단 한 건에 그쳤다. '국내주식은 다 사야 하느냐'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센터장은 "특정기업의 실적 악화로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하는 게 사실 국내 풍토에서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을(증권사)'이 '갑(대기업)'을 분석한다는 점에서다. 이 센터장은 "보고서가 안 좋게 나올 경우 해당기업에서 문구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소송하겠다고 나오는가 하면 출국금지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 큰 축은 일반투자자들의 원성이다. 보고서의 '매도'의견을 투자에 참고하기보다는 비난만 쏟아낸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특정 종목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 놓으면, '자기 종목' 주가가 하락할 것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지금 어느 지역인데 단체로 올라가고 있으니 기다려라'는 식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으며, 욕설에 시달리는 애널리스트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 "진정성 앞에선 누구도 못 당해"
그럼에도 이 센터장은 '애널리스트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움은 있지만 결국 증권가에 애널리스트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일반투자자들의 바람직한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연이어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 센터장은 "최근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 논리보다는 팩트만을 나열하거나 외국 애들이 한 두 마디 한 것을 분석한 것이 전부"라며 "이래서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진정성'이 답이라는 결론이다. 이 센터장은 "가장 기본적인 말이지만, 애널리스트 자신만의 고민과 철학에 기반을 둔 차별화된 분석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진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종우 센터장은…
이 센터장은 1989년 국내 리서치센터의 전신으로 알려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해 대우투자자문 펀드매니저,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 운용전략실장,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며 지난 25년간 업계에 몸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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