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대 삼성그룹, 10조가 '쥐락펴락'
300조원대 삼성그룹, 10조가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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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주식보유액 10조원 돌파
'정교한' 지분 구조로 그룹 전체 장악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0조원대의 주식부자가 됐다는 소식이 연일 화제다. 최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계열사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이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오른  탓이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도 300조원대로 올라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10조원이 300조원을 주무르고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이건희, 10조원 주식부자 등극

14일 기준 상장사들의 지분을 분석한 결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주식보유액은 총 10조2326억원이다. 주식부자 2위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6조7833억원과 3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2조7443억원을 합쳐도 따라갈 수 없는 액수다.

이 회장의 주식보유액 증가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1조원 부자가 된 뒤 10년만에 10조원 부자가 되면서 주식시장의 역사를 썼다. 이 회장이 1조 주식부자가 된 것은 지난 2002년 말이다. 당시 1조39억원으로 국내 증시 사상 최초로 1조원대 주식부자에 올랐다.

지난 2005년 12월 말 2조1142억원으로 2조원대를 넘은 뒤 2009년 2월에는 삼성전자 차명주식(보통주 224만5525주, 우선주 1만2398주)을 실명전환하면서 4조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2010년 5월에는 삼성생명을 상장하면서 9조원대를 넘어섰다.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분 가운데 핵심은 '삼성생명'이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의 20.76%를 보유 중인 대주주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액수는 시가총액기준으로 3조8000만원이 넘는 규모로 삼성전자(3.38%·6조2000억원)와 비교하면 적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대주주(7.21%)로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 되는 회사기 때문에 삼성생명 대주주라는 지위는 삼성 전체를 아우르는 요직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순환출자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이건희 일가의 삼성 지배체제를 강력하게 지탱한다.

최근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장남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가 이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824만여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등을 달라는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의 결과가 이 회장의 삼성지배구조를 흔들기는 어렵다.

이 회장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삼성생명 1대 주주위치는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사의 우호지분까지 가세하다면 44%가 넘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정교한 지배구조 덕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301조6563억원이다. 이는 대한민국 1년 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계열사 확장으로 '삼성이 대한민국을 경영한다'는 얘기가 결코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삼성그룹의 성장이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룹 지분의 1/30만으로 전체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재벌기업의 후진적 경영구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국민연금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만 5.63%, 금액으로는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삼성화재,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삼성생명의 지분을 이 회장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 삼성은 삼성에버랜드 지분매각을 통해 종전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했지만 이 회장이 에버랜드보다 삼성생명 주식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더욱이 시민단체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삼성그룹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을 비상장사까지 확장시킬 경우 전체대비 0.0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벌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한 전문가는 "이 회장 가족지분을 합쳐도 삼성그룹 지분전체의 1%에 불과하다"며 "이 회장이 삼성그룹 78개 계열사에 대한 황제경영을 할 수 있는 비결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 상호출자 등의 복잡히고 기형적인 지배구조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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