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産銀 부총재 해임건의 사태 엿보기
(초점) 産銀 부총재 해임건의 사태 엿보기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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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불법대출 문제로 해임 위기에 처한 산업은행 박상배 부총재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북송금 문제가 당시 대출담당 임원이었던 박상배 부총재의 개인의 문제냐는 동정론부터, 당연히 기본 업무 룰을 지키지 않은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원칙론이 대립하고 있다.

산은 박상배 부총재가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자금 지원에 연루되어 해임 위기에 처해있지만, 이번에도 동정론이 관철되거나 해서 박 부총재가 살아남는다면 대단한 화제거리가 될 전망이다.

박부총재는 광주일고 서울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평임원을 맡기 전후부터 재경부, 정치권 등 정부 인사들과 폭넓은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흔히 마당발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 기아, 대우차 매각과 관련한 산업은행 담당 임원으로 굵직굵직한 사건을 잘 처리해 나갔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고비 때 마다 그는 마당발 이력을 드러내며 오뚜기 처럼 다시 일어서 더 큰 관심을 받아 왔다. 그러다 보니 그가 정관계 인사들과 워낙 가까워 낙하산 총재보다도 더 파워가 강하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온 것이 사실이다.

한 예로 임원시절 기아차 구조조정 및 매각건의 총실무를 관장하며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진념 전 재경부 장관과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진 사장이 재경부 장관으로 등극하면서 박 부총재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엄낙용 전 총재가 부임하면서 그는 총재와 갈등을 보이는 등 파워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대우차 매각 문제. 포드가 대우차 매입을 포기하면서 시작된 박 부총재의 행보는 세간에도 잘 알려져 있다.

엄 전총재는 당시 구조조정을 거부하던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대우차 부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박 부총재는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 매각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지원을 주장하며 맞서다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엄 전총재의 직전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장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던 박 부총재는 오히려 몇달 후 엄 총재를 중도 하차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 대우차 등 굵직굵직한 매각건의 실무 총 책임을 맡아오며 능력을 인정받던 박 부총재의 손을 관가가 들어준 것이다. 엄 총재는 결국 부임 8개월 만에 자리를 정건용 현 총재에게 내주어야 했다.

이러한 내력 때문에 정건용 총재가 현대상선 대출 건과 관련해 박 부총재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은 그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당연한 총재의 결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박 부총재의 파워를 이번 기회에 누를 수 밖에 없는 역학관계가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고비마다 특유의 돌파력을 보여온 박상배 부총재의 향후 거취에 더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것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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