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이전…세종시-과천시 부동산시장 '온도차'
정부부처 이전…세종시-과천시 부동산시장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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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올해 9월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의 주요 경제부처 이전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운데, 세종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버블세븐' 지역으로 꼽히던 과천의 집값은 곤두박질치며, 세종시 부동산시장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물론 정부부처와 기관들의 세종시 이전이 확정되며 이미 예견됐던 일이고, 세종시 이전으로 비워지게 되는 정부과천청사에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위사업청,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이 새롭게 입주하기로 예정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기관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만큼, 그 중심 축이 세종시로 옮겨감에 따라 과천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세종시 분양시장, 인기 '고공행진'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세종시 첫 민간분양에 나선 대우건설 '세종시 푸르지오' 이어진 웅진그룹 극동건설의 '세종 웅진스타클래스',  포스코건설의 '세종더샵',  한신공영의 '세종시 한신휴플러스' 등 모두가 1순위 청약에서 전 평형 마감되며, 세종시에서 분양 훈풍을 일으켰다.

이어 올해 와서도 청약불패 행진은 이어졌다. 올 1월에 공급한 한신공영의 '세종 한신휴플러스리버파크’, 이번달에 분양한 현대엠코의 ‘세종 엠코타운’ 등에도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며, 일반분양에서 각각 26대 1, 12.5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김충범 부동산1번지 팀장은 "공공기관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력이 급속도로 높아진 것이 세종시 청약 열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민간건설 분양이라 해도 공무원 우선공급 분의 비율이 높아 일반분양 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력 있는 분양가 책정, 실수요층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위주의 물량 구성 등도 청약 성공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세종시 분양 훈풍을 이어가고자 건설업체들이 분양 릴레이를 펼친다. 극동건설은 24일  '세종시 웅진스타클래스2차' 견본주택 문을 열고, 1-4생활권 L2·L3블록에 총 610가구 분양한다. 같은날 중흥건설도 '세종시 중흥 S-클래스'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세종시 1-3생활권 M3블록(일반)과 1-4생활권 M2블록(임대)에 각각 866가구·965가구를 공급한다.

대우건설이 내달 세종시 1-5생활권 C24블록에 '세종시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을 분양하며,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세종시 푸르지오' 아파트를 공급한 데 이어 다양한 주거상품을 선보인다. 현대건설도 1-4생활권 M7블록에 876가구, 한양이 1-2 생활권 M3·M7 두 개 블록에 1238가구, 호반건설은 1-2생활권 L2·1-4생활권 M6 두개 블록에 1146가구를 공급할 예정으로, 올 상반기에 세종시 분양이 몰려있다.

이같은 건설사들의 경쟁적인 공급에도 불구하고, 세종시가 '분양시장의 블루칩'임을 입증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충범 부동산1번지 팀장은 "세종시는 올 한해 지방 부동산 시장의 화두로 떠오를 만큼, 높은 청약경쟁률을 잇따라 기록하며 상승무드를 이어오고 있다"며, "특히 올 하반기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의 틀이 잡혀나가고 있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수혜지라는 점도 더해져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수요층의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가파른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져 청약 열기가 다소 수그러들 수 있고, 올해 계획된 물량이 많아 미분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또한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 '가격하락 쇼크'에 빠진 과천시

최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시지원위원회가 열린 자리에서 오는 2014년 말까지 정부출연 연구기관 16곳이 세종시로 이전되는 계획을 확정됨에 따라 과천시 부동산 시장은 더욱 냉랭해졌다.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과천시 부림동 주공9단지 전용 82㎡는 올 1월에 5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해 5월 6억60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이 단지 같은 주택형이 2009년 9월 7억8000만원, 2010년 1월 7억4800만원, 2010년 5월 7억3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지만, 해가 갈수록 억 단위로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본지가 부동산1번지에 의뢰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과천시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도의 매매가 변동률이 각각 -1.6%과 0.11%로 집계된 가운데, 과천시 매매가 변동률은 -8.46%을 기록했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과천은 지난해 보금자리주택 지정 여파에 재건축 지연과 그에 따른 기대감 저하, 정부과천청사 이전 등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며 하락세가 깊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장뿐만 아니라 오피스 및 상가 시장도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과천 상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공무원들이 빠져나가면서, 과천종합청사 인근의 중앙동·별양동 등 이 일대 형성된 상권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N부동산 공인관계자는 "아파트 매매는 거의 전무한 상태인데, 최근 음식점 3곳의 주인이 또 바뀌었다"며, "과천청사가 완전히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말해 과천종합청사에 근무하고 있던 정부부처 공무원의 교체라고 볼 수 있는데, 심리적인 불안감때문에 점포 상인들은 수요급감과 더불어 다른 상권으로의 배후수요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기관이 본격화됐을 때 자녀교육과 배우자의 직장문제 등으로 '나홀로 이주'를 하는 공무원의 규모가 상권의 성쇠를 좌우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과천 일대 상가보다는 오피스 공실률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르면 세종시 이전 대상 공무원은 9부2처2청 35개 기관 소속 1만440명이다. 지난 2005년에는 12부 4처 2청 등 49개 기관 소속 1만374명으로 고시했으나, 이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며 이전 기관 숫자는 줄어든 반면 이전 공무원 숫자는 66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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