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울리는 검은손-2] '상폐꾼'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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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매매 통해 이익 담보로 접근
"단속 권한 밖이다" 금감원 방치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들을 노리는 '상폐꾼'이 늘고 있다. 이들은 소액주주들에게 접근해 상장폐지 시 정리매매를 통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상폐꾼들은 과거부터 시장에서 문제시됐지만 공식적으로 누구인지, 어느정도 규모인지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다. 주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미확인 정보를 퍼뜨리는 식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장폐지가 결정된 후 정리매매 타이밍을 노린다. 상장폐지된 종목의 주가 등락폭이 큰 점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남기는게 이들의 목적이다. 통상 정리매매는 30분 단위의 단일가 매매로 하루에 13회 매매 체결이 이뤄지는데 가격제한폭을 두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이 직접 소액주주들에 접근하는 대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C기업을 위해 모인 소액주주 대표 박 모씨는 최근 '상폐꾼'이 접촉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이 주주라고 소개한 후 기업 사정을 잘아는 전문가 행세를 했다.

"그는 전화를 걸어서 '제가 주식을 잘 압니다. C기업의 자산보니까 충분합니다. 전문적으로 저는 '그 부분'을 담당합니다. 기업실사도 해봤는데 25~30억원 정도 있습니다. 회사 상폐되고 청산절차 들어가면 주식 제일 많은 사람이 이깁니다. 회사 경영권도 장악할 수 있습니다'라고 제안했습니다"

박 모씨는 최근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주주들의 주식모으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소액주주 대표로서 이같은 자신의 일을 잘 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 모씨는 제안을 거절했다. 상폐를 벗어나기 위해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백방으로 대책을 마련 중인 그로서는 '말도 안되는' 제안이었다.

B기업 소액주주 대표를 지낸 최 모씨에게도 최근 '상폐꾼'의 유혹이 있었다. 최 모씨는 "소액주주 운동을 하는 동안 상장폐지 기업을 먹기 위한 집단이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2~3명 정도가 저에게 접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중 한 명은 '현재 거래정지된 가격이 2000원인에 나중에 상장폐지되면 100원도 안된다 물량확라든지 정리매매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제안했습니다. 따로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소액주주 모임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이나 팍스넷 종목 토론에서도 글을 올리며 유혹했다. 그들은 B기업이 매매거래 재개가 되자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최 모는  현재 기업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제안을 거절했다.

상폐꾼이 문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건드린' 종목일 경우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입게된다는 데 있다. 일반투자자들은 상폐꾼들이 퍼트린 잘못된 정보로 추격매수하다가 결국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이 된다.

이처럼 최근 여의도에는 기사 게시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상장폐지 이후 이득을 보게해주겠다는 브로커들이 늘고 있다. 시장 교란 행위 범주에 속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감시감독해야하는 임무도 감독당국의 몫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신들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금감원 한 고위관계자는 "이런 일들을 적발하고 단속하는 일은 금감원이 아니라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할 일이다"라며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만 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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