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처럼 숨는 사회
꿩처럼 숨는 사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 중 하나가 학교 폭력으로 인한 어린 학생들의 잇단 자살 소식이다. 늘 그렇듯 사건이 터지면 요란스레 너도나도 떠들지만 이 문제가 근본적인 해결의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대로라면 분명히 또 슬그머니 관심이 삭아들고 매스컴에서 사라져갈 것이다. 이런 마뜩찮은 확신을 하게 되는 바탕에는 스스로 인정하기를 꺼려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 하나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은 무조건 덮고 보는 것이다. 이는 마치 도망치던 꿩이 볏단에 머리만 박아 넣고 스스로 숨었다고 믿는 것과 흡사한 모습이다. 덮어두고 외면하면 사실이 사라지기라도 하는 양 사실을 감추는 우리 사회의 너무 흔한 모습들은 너무도 유아적이다.
 
최근 학교폭력 사태는 대개 학교 측에서 알고도 쉬쉬하며 덮어두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리 알았을 때 제대로 대처만 했더라도 어린 학생들이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 아까운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으리라 싶어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사실을 은폐하고 외면하려는 학교 관계자들을 비난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그와 흡사한 일들이 너무 널려 있다. 당장 소통부재의 정권이라고 비판받는 현 정부하의 언론보도에서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정면에서 다루어지기보다는 그럴싸하게 포장되기에 급급한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정권이 말기를 향해 가는 이즈음에야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이 조금씩 들춰지기 시작했지만 그동안은 너무 낙관적인 전망들만 넘쳤다. 메이저 언론을 통해 수출은 잘 되고 있고 국민소득은 늘어만 가고 있으며 미래는 여전히 장밋빛으로 포장되어 전달되던 4년간 한국경제는 스스로 그 기반을 허무는 위태로운 일들이 줄지어 벌어졌다.
 
세계 경제가 모두 불안한데 유독 한국만 잘 나가고 있다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스스로의 눈을 가리는 어리석은 짓이 계속되는 동안 국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일자리, 그나마 일자리를 못 잡은 수많은 실업자들까지 넘쳐나며 소비여력은 나날이 줄어들어 내수 기반을 갉아먹고 있었다.
 
2011년에는 OECD 국가 중 식료품 가격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처럼 물가를 내팽개치며 끌어올린 수출실적이 국민들에게 별다른 혜택으로 돌아온 흔적도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도 메이저 언론을 통한 원인 분석은 단지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지난해 여름의 이상기후 탓으로만 돌릴 뿐이다.
 
국민들은 한국 경제의 건강함을 믿으며 주식투자에 열을 올릴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돈을 빼서 채권을 사들였다. 그 까닭은 단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탓일 뿐이지 한국 경제는 멀쩡하다는 투다.
 
물론 한국은 아직 재정위기로 휘청거리는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형편이 좀 나아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실속 없는 4대강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당초 약속했던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흔적도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와 메이저 언론은 우리가 처한 현실적 문제들을 덮어두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2012년의 전망도 어려움을 예고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 비해서는 낙관적이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심상찮은 분위기나 이란 경제제재에 따른 우리의 피해를 제대로 조망하는 성실함, 정직함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2012년 들어서자마자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도 큰 문제이지만 총선 전까지 내년 예산을 있는 대로 조기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무리수가 어떤 후폭풍을 몰아올지도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란 문제가 그 전에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정치적 목적만 바라보고 국가의 명운을 건 도박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절로 인다.
 
지난 연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알고 허둥대던 정부를 보면 이 나라의 정보 조직은 단지 국내용 조직인가 싶어 한심하기까지 하다. 국제외교를 위해서든, 경제를 위해서든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내보이는 정부를 보고 싶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