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희망, 어디서 찾을까
2012년의 희망, 어디서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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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신년이 되면 희망적인 비전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암울하기만 했던 2011년을 보낸 모든 이들의 심정 또한 2012년을 맞으며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012년은 그 첫발부터 수렁을 디디는 기분이 든다. 역대 세 번째로 가계고통이 컸다는 2011년은 한국 사회의 딛고 설 기반조차 허물어진 듯 하고 그로 인한 절망감을 너무 넓게 퍼져버렸다.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악화됐다는 통계적 고통만이 다가 아니다. 나날이 심화되기만 하는 사회 양극화는 계층 간의 장벽이 나날이 높아지고 두꺼워져서 아무리 노력해도 허물거나 뛰어넘을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은 각종 사회병리적 몸부림을 낳는다.

양극화의 골이 깊어져가는 현상은 국민 개개인 차원의 문제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회적 성장 과실은 대기업으로만 몰려가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나마 자리 잡지 못하면 쌓아놓은 상품을 시장 구경 한번 못시키고 사장시키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청기업이 성공을 누릴 수 있나 하면 그도 아니라고 아우성이다. 이미 불평등한 계약에 매이는 순간 기업의 앞날은 굶주림에 여위어가는 난민 어린이들의 모습과 닮아간다.

이렇게 당하는 하청업체들이 기술 혁신이 없어서 경쟁력이 뒤처지는 기업도 아니다. 어렵게 신제품, 신기술을 개발하고 대기업의 투자를 받다보니 기술 알맹이는 다 넘어가고 사람은 모조리 팽 당하는 사례도 종종 전해 듣게 된다. 대기업으로서는 중소기업 기술에 대한 사용권 획득이 인수`합병에 비해 저렴한 기술독점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어떤 기업이라도 외부 투자 없이 성장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중소기업의 신기술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대응을 하다 보니 대기업 위주의 대출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실무자들의 능력과는 별개로 조직 측면에서 기술력과 시장성 평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누적되다보니 기업 간 양극화는 나날이 심화되고 그 속의 개개인들의 삶 또한 갈수록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 간다. 2011년 연말에도 대기업은 보너스 잔치가 벌어졌다는데 중소기업은 회사 존립에 대한 불안에 노동자도 함께 떨어야 했다.

대기업들은 정부 환율정책에 힘입어 수출호조를 누렸지만 그 성과의 대부분을 기업 내부에서만 소진시킨 것이다. 국내 투자도 하지 않고 고용을 늘리지도 않았다. 대기업주와 그 가족들은 소비도 국내에서 거의 하지 않는다. 소위 해외 명품 소비에만 돈을 쓸 뿐이다.

한국 정부의 도움과 한국 노동자의 땀으로 번 돈을 해외 명품 구입에 쓰고 세금 없이 상속하는 방법 모색에나 골몰하는 셈이다.

그런 대기업에 고용된 소수의 노동자들은 그나마 잔칫상에서 먹을 거라도 풍부하니 다행이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 첫발을 디딜 때 운 좋게 대기업에 들어간 덕분이다.

그러나 첫 출발을 중소기업에서 시작했다면 아무리 위로하려 해도 대개의 경우 그저 중소기업에서 그의 직장생활이 끝난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하방은 있어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성공 스토리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자들이 몇 년씩 취업재수, 삼수 하면서도 중소기업에는 가기를 저어하는 이유다. 고도 성장기처럼 중소기업이 잘하면 대기업으로 클 수 있다는 희망 따위도 사라진 사회에서 첫발 잘 못 디디면 평생 허리 펴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 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고 늙은 부모는 대학까지 다 마친 백수 자식까지 먹여 살리다 인생 끝나갈지도 모른다. 이제까지는 자식 공부시키느라 빈털터리된 부모가 자식들에게서 버려진 이야기를 들어왔다면 앞으로는 부모가 살길을 찾아 일찌감치 자식 포기하는 일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이처럼 암울한 미래의 도래를 막기 위해 2012년엔 무엇에 희망을 걸고 노력이라도 해봐야 할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이들의 손에서 칼자루를 회수할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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