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을 향해 가는 경기
벼랑 끝을 향해 가는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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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안의 혈액이 한곳으로만 쏠리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피는 온 몸 말단세포까지 골고루 퍼져가고 되돌아가기를 순활하게 해야 우리 몸이 건강하다.

국가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 또한 우리 몸의 혈액이 돌 듯 돈이 골고루 퍼져나가고 끊임없이 순환해야 건강하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돈이 소수의 글로벌 자본으로만 쏠려가고 그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은 빈혈 현상을 보이고 돈은 오로지 거대 자본으로만 몰려간다. 이런 현상의 끝은 극단적인 상상을 보태자면 전 인류가 스스로 주인이라고 여기고 싶은 국가는 거대 자본에 헌납되고 대다수의 인류는 거대자본에 생사여탈권을 넘겨준 노예상태로 전락해 갈 뿐이다.

물론 인류의 역사를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보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게 흘러가도록 전 인류가 두 손 놓고 미리 포기하리라 지레 짐작할 까닭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낙관만 하기에는 지금 세계 자본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미 거대 기업들은 각 국가별로 심각한 양극화현상을 낳고 있고 그런 거대기업들이 집단적인 경영적 곤란에 부딪치면 각국 정부는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서 국가의 공적자금을 무책임한 기업에 쏟아 붓는다. 외환위기 당시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IMF의 요구에 맞춰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가의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은 경험이 있다.

그런 과정이 한 번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지금 미국이 근래 들어서 몇 년 사이에만 이미 두 차례의 금융시스템 손질에 재정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그런 미국적 시스템을 우리는 ‘선진시스템’이라며 추종하기에 급급했다.

지금 세계 경제는 금융시장이 좌지우지하며 전반적으로는 거대한 버블을 생산해왔다. 전 세계가 함께 거품을 키우다보니 특별히 문제가 된다는 인식조차 하지 않고 있을 뿐 현재 전 세계의 자본은 실물과 괴리된 가치증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게 증식된 자본은 소수의 거대 자본 중심으로 집중이 극대화되고 있다. 그런 자본의 집중에 소위 선진국들이 군대까지 동원해가며 거들고 나선 역사가 짧지 않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온한 공기 역시 그런 움직임의 하나일 뿐이다. 미국 의회가 이란 제재의 수단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시키기 위한 수순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코너에 몰린 이란이 중동산 원유 수송로의 목구멍에 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또 가만히 앉아 당할 리도 만무하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막으려 할 것이고 이란이 공격적으로 대응할 경우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란인들 두 손 두 발 다 묶으라고 순순히 손 발 내밀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이란의 원유 금수조치가 단순히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에 불과한 것인지도 일단 의심스럽다. 미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고도 효력발생까지는 180일의 유예기간이 있다지만 일단 법안이 통과되는 순간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0~2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판이기 때문이다.

일단 유가가 급등하게 되면 석유 수입국가들은 저마다 심각한 타격을 받겠지만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들은 앉아서 떼돈을 벌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미국의 군대까지 동원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한판 전쟁이야 나든 말든 석유 메이저들은 더욱 강력한 힘을 기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석유시장이 돈을 빨아들여서인지 올해 들어 21.6%까지 상승했던 금값은 오히려 주춤거리며 11월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 내림 폭이 시원찮은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나 그리스 채권 문제 해소 정도를 이유로 들기에는 꽤 크다.

자본은 이미 미군 신규투입지역이 돈 밭이었던 전례를 따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럴수록 가난한 나라들 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 대다수는 그만큼 더 가난해질 것이다. 돈은 더욱 좁은 공간에서만 돌고 세계 경제는 빈사상태로 치달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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