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불가피했나
금리동결 불가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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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여섯 달째 동결했다. 언론 보도를 보자면 이를 두고 “물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한은의 고육지책”이라고 이해하는 분위기인 듯하다. 이 시점에서 과연 금리동결이 최상의 답인가.

물론 경기둔화 가능성이 큰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해소되기도 전에 터진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외 여건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경기둔화 때에는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는 당국의 발상이 그럴싸하다. 지금 주요 신흥국들은 정책금리를 내리는 추세하고 하니 당국의 금리정책이 더욱 움츠러드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계산법에는 상당히 불안한 요소들이 널려있다.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치솟는데도 금리를 못 올릴 지경이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여타의 정책이 수반되어야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그간 정부가 내놓는 물가대책은 알맹이가 없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물가를 부추길 위험한 선택들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지금의 상황을 단순히 경제 교과서 암기하는 수준으로 재단하고 대응하기에는 한국 경제의 실상에 대한 인식에 상당한 오류가 감지되고 있다.

12.7 부동산대책만 해도 이게 물가 부담을 느끼는 정부의 정책이라고 봐야 할지 아리송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강남 3구 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 설마 이게 주택가, 전세가를 포함한 물가안정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여기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지금 정부 당국자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성장’, 그것도 지표상의 성장에 사로잡혀 물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대한민국 국민은 강남 3구 주민밖에 없다고 여기는 것인가.

여론을 의식하고 내년 선거에서의 표를 걱정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여당이고 야당이고 모두가 부자들의 이익에만 올인하는 정부 정책에 아연실색이다. 그동안 스스로가 부자이기도 한 다수의 정치인들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요구했었지만 이제 입장이 바뀐 탓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이익도 돌아가지 않을 정책, 오로지 다주택 소유자들만 혜택을 입을 정책을 ‘주택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버젓이 정책이라고 내놓는 정부를 무신경하다고 해야 할지, 배짱이 두둑하다고 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그도 아니면 조폭 스타일의 무지막지한 밀어붙이기라 해야 할까.

지금 정부는 아파트를 더 많이 지으면 무주택자가 사라지고 주택경기도 살아날 것이라고 여기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 주택이 늘면 늘수록 더 다주택자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택경기를 살리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이다.

물론 소수는 지금 집을 사는 것과 전세를 사는 것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다수는 빈집이 줄줄이 늘어나도 그 집을 살 여력이 없다.

이미 가계부채는 무섭게 늘었고 가계 소득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오히려 후퇴한 가정이 늘고 있다. 정부 통계수치에만 사로잡혀서는 빈곤계층의 비참한 추락과 점차 빈곤계층에 다가가는 차상위 계층의 고통스러운 실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지금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분투 중이다. 수도권에 작은 아파트라도 하나 갖고 있어서 몇 년째 소득없이 병들어 있어도 국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삶의 의욕조차 상실한 채 간신히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는 것이 통계에 잡힐 리도 없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집값 폭등의 가능성을 믿고, 또 평생직장에 대한 믿음을 갖고 빚내서 집사던 시절이 다시 올 수는 없다. 설사 국민들이 지금 그러고자 해도 정부가 나서서 말려야 할 때다. 일본과 미국이 왜 경제위기를 초래했는지를 벌써 잊은 게 아니라면.

그런데 정부는 물가가 국민의 목줄을 죄는 상황에서도 다수 국민의 돈 벌 구멍은 자꾸 막으면서 소비만 자극하려 안달이다. 국민 모두가 파산상태로 치닫도록 내몰 심산인가.

진정 소비를 자극하고 싶다면 가계 소득, 그것도 강남 3구 부자들 대신 다수 국민의 소득이 늘 방법을 먼저 찾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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