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무더기 미달' … 부동산 시장 영향은?
자율형 사립고 '무더기 미달' … 부동산 시장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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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최근 대거 미달사태를 빚은 자율형 사립고 문제를 놓고 교과부의 자사고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파장이 부동산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란, 정부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교육과정 편성 등을 비롯해 학교 운영상 자율성을 확대한 학교 유형으로, 학비가 일반 학교보다 3배 가량 비싸다.

◇지원률 '양극화'…부동산시장도 '온도차'

7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이른바 자율고) 26곳(전국 단위 모집인 하나고 제외)에서 내년도 신입생 모집(정시모집)을 마감한 결과, 평균 1.26대 1(1만427명 모집에 1만3166명 지원)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자사고 정책이 처음 도입된 지난 2009년의 평균 2.41 대 1, 2010년 평균 1.39 대 1의 경쟁률보다 떨어진 수치로, 지원자가 없는 학교까지 속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시모집에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자사고들이 이달 1~2일 이틀간 1차 추가모집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고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지원하지 않았다. 당초 17명이 접수하고 18명이 인터넷으로 가접수해 총 35명이 원서접수를 했으나 경쟁률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학부모들이 접수 철회를 요구해 학교 측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으로 용문고 0.24%, 우신고 0.42%, 경문고 0.49% 등의 순으로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이화여고는 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번에 신입생을 모집한 자사고 가운데 가장 선전했다. 이어 한대부고 2.64대 1, 한가람고 2.26대 1, 양정고 2.01대 1, 휘문고 1.88대1, 신일고 1.80대1 등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에 지난해 자사고로 처음 문을 연 동양고는 자사고 유지를 사실상 포기하고 일반고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고, 뒤를 이은 용문고 역시도 최종 모집에서 60% 미만의 신입생 충원률을 보이게 될 경우 자율고 지정 취소 대상(자율고 워크아웃 제도)이 되는 등 '자사고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곧바로 매매·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7일 본지가 부동산1번지에 의뢰해 서울지역 2012학년도 자율형사립고등학교가 위치한 자치구의 매매값·전세값을 분석한 결과, 지원 경쟁률 상위·하위 학교가 속한 지역별로 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원서접수 전과 현재를 비교해, 지원 경쟁률이 낮았던 학교들이 속한 자치구들이 경쟁률이 높았던 학교들이 소재한 자치구보다 매매가 변동률의 하락폭이 컸다.

경쟁률 상위 3개교인 이화여고(중구 정동)·한대부고(성동구 사근동)·한가람고(양천구 목동)가 위치한 지역구의 3.3㎡당 매매가격은 1649만원(중구), 1608만원(성동구), 1980만원(양천구)인 반면, 경쟁률 하위 3개교인 동양고(강서구 가양동)·용문고(성북구 안암동)·우신고(구로구 궁동)이 소재한 자치구 현재 3.3㎡당 매매가격은 각각 1347만원(강서구),1276만원(성북구), 1196만원(구로구)로 나타났다.

이들간의 평균 매매값을 분석한 결과 경쟁률 상위 3개교가 속한 자치구는 3.3㎡당 약 1746만원, 경쟁률 하위 3개교가 속한 자치구는 3.3㎡당 약 1273만원으로 473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또한 원서접수 전(지난달 18일 기준, 원서접수는 지난달 21∼23일 사흘간 진행됨) 대비해, 경쟁률 상위 3개교가 속한 자치구의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은 0.00%(중구), -0.01(성동구), -0.14(양천구)을 기록하며 보합세 또는 소폭 하락했다. 반면, 경쟁률 하위 3개교가 속한 자치구 매매값 변동률은 -0.17(강서구), -0.04(성북구), -0.01(구로구)로 일제히 떨어졌다.

이들 지역의 3.3㎡당 아파트 전셋값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쟁률 상위 3개교가 위치한 지역구의 3.3㎡당 전셋값은 897만원(중구), 795만원(성동구), 911만원(양천구)로 3개구의 평균 전셋값은 약 867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쟁률 하위 3개교가 위치한 지역구의 3.3㎡당 전셋값은 694만원(강서구), 709만원(성북구), 636만원(구로구)로 3개구의 평균 전셋값은 약 680만원으로 187만원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단적인 예로 '지원자 0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미달사태를 겪은 동양고(강서구 가양동 소재)가 소재한 강서구는 자사고 원서접수 전(지난달 18일)에 비해 전세가 변동률이 -0.24%, 매매가 변동률은 -0.17%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원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이화여고가 위치한 중구의 경우 매매가·전세가변동률 모두 보합세(0.00%)를 기록한 것을 비춰볼 때, 이번 자사고 지원결과와 부동산의 상관관계가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즉, 저조한 신입생 충원률을 기록한 자사고가 소재한 지역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자치구에 비해 매매값·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물론 학군 이외에 입지나 교통망 등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배제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전적으로 학군 영향으로 이같은 차이를 보인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김지연 부동산1번지 팀장은 "전통적으로 학군과 집값이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지만, 이번 경우에는 학군뿐만 아니라 교통이나 생활 인프라·개발 호재 등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학군수요의 경우 전 지역이 아닌 강남과 목동·중계동 등 학원가가 잘 형성된 지역 위주로  매매값보다는 전셋값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전셋값 소용돌이의 근원 '인기학군'…학군 프리미엄 여전

하지만 대다수의 명문 일반계 고등학교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데다, 이번 모집에서 상위권의 경쟁률를 기록한 학교들이 일반고 시절부터 명문사학으로 이름을 떨쳐던 곳들이라 부동산 가격과 관련없다고 볼 수 없다. 우선 '강남'하면 자연스럽게 '8학군'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학군이 집값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실례로 한순구·김태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들이 발표한 '한국의 집값에 학교의 질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인근에 우수한 고등학교가 있는 아파트가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격은7.7%, 전세금은 4.6% 정도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는 학군별 아파트값 가격 변동률에서 다른 요소를 배제한 채 학교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만을 산출했으며, 학부모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연구 결과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고교선택제 시행에 따라 강남 8학군, 목동 등 인기학군으로의 진학이 가능한 주변지역 전셋값이 치솟았던 것과 과거 전세난이 늘 학군 강세지역을 시발점으로 수도권 전역에 확대됐고 학군 수요가 매번 전셋값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 선례 등을 비춰볼 때 이번 자사고 미달사태와 부동산 가격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과거 대치동·목동·중계동 등의 학군수요가 집값을 견인해 온 선례를 생각해보면 이같은 상관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최근 부동산 가격 변수는 글로벌 경제위기나 수요와 공급 불안 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풍향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학부모들이 선호 학군과 학원가 등 교육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으로 집을 옮기다보니 부동산 가격이 수직상승했었다"며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향후 서울의 고교 선택제도 변화, 입시 정책에 따라서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서울시교육청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3학년도부터 '고교 선택제'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발표함에 따라, 개편안이 확정되면 학군 수요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교 선택제'는 거주지에 관계없이 서울시내 원하는 일반고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로, 도입 3년 만에 갈림길에 놓였다. 대신, 거주지 학군이나 인접 학군의 학교만 선택해 최대 5개교를 지원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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