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등장' 부자증세안 어떤 내용 담고 있나
'줄줄이 등장' 부자증세안 어떤 내용 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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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난색…정치권 요구 거셀 땐 한계 보일 듯

현행 소득세법의 과세표준 구간은 1996년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과 함께 세율 구간이 현재와 같은 네 구간으로 조정됐다.

이후 4단계 틀은 유지하되 세율은 꾸준히 인하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MB노믹스'의 하나로 소득세 감세가 야심 차게 추진됐으나 지난 9월 세법개정안에서 최고구간의 세율 인하가 무산됐다.

미국의 '버핏세' 논의로 불거진 부자 증세와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나온 안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참여연대의 소득세법 개정안,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의 부유세 등이다.

정부는 부작용을 이유로 부자증세안을 반대하고 있으나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면 태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MB 정부 추진한 소득세 인하 무산
종합소득세는 1975년 도입된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다가 1988년 기본 틀이 대폭 개편됐다. 세율 체계가 16단계에서 8단계로 간소화되고 최고세율도 55%에서 50%로 인하됐다.

현재와 같은 4단계 과표구간의 틀을 갖춘 것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시행한 1996년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늘어난 세 부담을 덜어주고자 정부는 각종 인적공제를 큰 폭으로 조정했다. 이로써 세율구간이 단순해지고 최고 세율 역시 40%로 낮아졌다.

2008년에는 현재와 같이 과표 구간이 '1천200만원 이하, 1천200만원 초과~4천600만원 이하, 4천600만원 초과~8천800만원 이하, 8천800만원 초과'로 개정됐다. 2005년엔 세율이 종전 9~36%에서 8~35%로 일괄적으로 인하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추진된 2008년 세제개편안에서 4개 과표 구간에 걸친 '8-17-26-35%'이던 세율을 구간별로 손질했다. 2009년과 2010년에 1%포인트씩 2년에 걸쳐 모두 2%포인트 내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 해 국회에서 최고 구간의 시행시기를 2010년으로 늦춰 한 번에 2%포인트를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2009년엔 인하 시기를 2012년으로 다시 미뤘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선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이 '부자 감세'란 역풍을 맞아 현행 세율 35%를 유지하기로 해 결국 최고구간 세율 인하는 없던 일이 됐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은 편이다.

한국조세연구원 성명재 선임연구위원이 2009년 귀속분 소득세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총소득 지니계수는 0.32952였는데, 소득세를 매긴 이후 지니계수는 0.31923으로 감소율이 3.2%에 그쳤다.

0~1인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의 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뜻이다. 소득세 과세 후 지니계수가 3.2% 내려갔다는 것은 소득 불평등도가 나아졌지만, 그 정도가 미미함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소득세 과세 따른 지니계수의 감소율은 캐나다가 10.9%다. 영국과 미국, 뉴질랜드도 각각 8.1%, 6.5%, 5.4%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고소득층 과세를 늘려 소득재분배 효과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8천만원 초과 과세자가 1996년 7천명에서 2009년 10만명으로 늘었다. '8천만원 초과'란 기준이 고소득자의 기준으로서 실효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득세 누진도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 부담된다.

2009년 귀속분 근로소득세 부담 분포를 보면 상위 소득자 17.9%가 전체 결정세수의 92.3%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서다.

2009년 근로소득세 납세의무자 1천429만5천명 가운데 면세자가 575만4천명으로 그 비율이 40.3%에 달했다. 면세자 비율은 1995년 31.2%에서 소득공제가 확대됨에 따라 2005년 48.7%까지 올랐다가 최근 들어 내리고 있다.

일각에선 면세자 비율이 높은 만큼 '부자 증세'와 별도로 '국민 개세(皆稅)주의'에 입각해 면세 비율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논의 '모락모락'…야당에 이어 여당까지
부자 증세 관련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지난해 9월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참여연대가 최근 입법청원 형태로 낸 소득세법 개정안 등 두 개가 있다.

이 대표는 개정안에서 '1억2천만원 초과'라는 최고 과표구간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기존 최고 구간인 8천800만원을 초과하고 1억2천만원 이하에선 세율 35%를, 1억2천만원 초과하는 부분엔 40%를 세율을 적용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과세표준 1억원을 초과하는 인원은 6만명 정도로 전체 종합소득세 납부자 중 3%에 불과하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이들까지 고려하면 전체 소득자 중 0.5%가 되지 않아 세율을 높이더라도 비례원칙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 대표의 개정안에 따른 소득세수 증가액을 분석한 결과 2015년에 소득세가 2조5천132억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여연대 안은 이 대표 안과 유사하다. '1억2천만원 초과'라는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8천800만원 초과~1억2천만원 이하에서 35%의 세율을 적용하되 1억2천만원 초과분에 대해선 42%를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참여연대는 "우리나라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201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9번째"라며 "지니계수로 측정한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도 OECD 평균의 5분의 1 수준"이라며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해부터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부유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해오고 있다. 순자산 30억원 이상인 개인과 1조원 이상 법인을 대상으로 순자산액의 1~2%를 별도로 과세하자는 게 정 최고위원 안의 요지이다.

이달 들어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부자 증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이 지난 7일 "한나라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게 낫다"고 주장해 논의의 불을 지폈다.

김성식 의원은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소득세율과 관련 "1억5천만원이든 2억원이든 최고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그 이상의 과표에 대해서는 현재 35%의 세율을 38~40%로 올려야 한다"며 증세론에 가세했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가 22일 "(가진 자들이)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버핏세 도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함으로써 세제 개편론이 공론화하는 형국이 됐다.

정부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자 증세는 부작용이 만만찮아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 8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얼마나 세수에 도움이 되느냐는 점과 투자 의욕, 근로 의욕, 저축 동기를 떨어뜨리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정치권의 소득세 구간 개편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소득세ㆍ법인세 추가 인하를 고집하다가 여야가 공동으로 감세정책 철회를 주장해 지난 9월 세법개정안에서 추가 인하를 포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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