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규제 완화돼야 건전해 진다
저축은행, 규제 완화돼야 건전해 진다
  • 김성욱
  • 승인 2005.01.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중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저축은행업계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서울’에 있는, 그것도 금융감독원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중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신뢰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저축은행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얻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일주일이 지난 현재 우려한 만큼의 일은 발생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한중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금융당국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리스크를 무시한 한중저축은행의 문제도 있지만, 당국의 지나친 규제가 불법영업과 ‘한탕’을 기대하는 무리한 영업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년에 서민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은 이번 기회에 많은 규제가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신한도 제한이 족쇄 = 현행 저축은행의 동일인여신한도는 자기자본의 20%이내에서 최고 80억원까지 가능하다. 일반 가계에 대해서는 최고 3억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및 가계의 자금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고 80억원이라는 한도에 묶여 제대로 된 대출영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저축은행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80억원의 한도로 좋은 대상이 있어도 대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가계 대출한도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생계를 위해 조그마한 가게를 차리려고 하더라도 몇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3억원의 한도는 제대로 된 대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저축은행은 거액여신에 대해서도 한도 제약을 받고 있다. 여신의 편중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의 10% 초과 대출금의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5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우량거래 업체 수를 제한해 저축은행의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편중여신을 막기 위해 동일인여신한도를 따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여신한도를 추가로 제한하는 이중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시대적인 영업구역 제한 =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은 지난 72년 신용금고 인가 당시 단일점포를 전제로 제정됐다. 이후 저축은행의 규모가 커지면서 지점 설치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아직도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현재 저축은행은 지점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법정 자본금의 2배(출장소는 1배) 이상, ▶최근 2년간 금감원 검사결과 임직원이 정직 이상의 징계사실이 없을 것, ▶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하고 금감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은행, 증권, 보험은 물론 서민금융기관인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도 점포설치에 대한 규제가 없다. 이는 형평성이 결여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IMF 등을 겪으면서 반수가 넘는 저축은행이 퇴출되어 점포가 없는 지역이 상당수 된다. 이는 서민과의 밀착영업을 하라는 저축은행의 설립 취지와도 어긋난다.

현재 과천, 공주, 창원 등 24개 시, 서울 구로구, 부산 강서구, 광주 광산구 등 36개 구, 기장군 등 88개 군 등에는 저축은행 점포가 하나도 없다.

또 저축은행에만 있는 영업구역의 제한도 ‘반시대적’인 규제로 지적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수신은 경우 영업구역의 제한이 없어졌으나 대출의 경우는 대출 총액의 50%는 의무적으로 해당 영업구역 내에서 실행되어야만 한다. 이 또한 72년 인가 당시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규모는 천차만별, 잣대는 동일 = 현재 저축은행업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한솔저축은행. 한솔저축은행의 총 자산 규모는 2조원으로 제주은행보다 크다.

그러나 업계에는 한솔저축은행의 10%인 2천억원에도 못 미치는 저축은행도 부지기수다. 경남에 있는 밀양저축은행의 총자산은 한솔저축은행의 1% 정도인 266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규모가 천차만별이지만 모두 동일한 업무를 취급하고 있으며, 또한 동일한 규정으로 제한을 받고 있다.

지방은행보다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취급하는 업무를 전혀 취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산 200억원의 저축은행도 자산 2조원의 저축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것이다.

자산 규모가 다른 만큼 영업방식도 달라야 하고, 심사 및 조직도 다르게 구성해야 만 한다. 하지만 현 규정은 전혀 다른 것이 없다.

물론 규모에 따라 규제 및 취급 업무를 달리한다면 이에 대한 중소형 저축은행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덩치가 다른 만큼 일정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를 달리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