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과 불온서적 소동
안철수 신드롬과 불온서적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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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에는 두 종류의 긴장감이 묘한 대조를 보이며 병존하고 있다. 그 하나는 기성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신선한 행보고 또 하나는 70, 80년대에 익숙하게 듣던 불온서적의 재등장이다.

세계 경제의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져가고 열심히 일에 매달리기는 해도 신명은 잦아들어만 가는 이즈음에 안철수 교수의 행보는 정치적 무관심을 넘어 불감증을 앓던 청장년층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 청장년층 가운데서도 특히 금서의 시대를 살았던 장년층은 안철수 교수가 생성해내는 새로운 자극에 더해 한동안 잊고 살던 시절의 악몽과 안팎을 이루던 열정적 변혁의지까지 되살려내고 있다.

비록 국방부에서 군인들이 읽지 말라는 책의 목록을 지정해준 것일 뿐 일반 대중에게까지 금지가 강요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2008년의 23종 금서지정에 이어 이번에는 19권이 추가 지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국방부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시계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게 현 정부 들어 인터넷미디어나 SNS에 대해 드러내는 노골적인 반감과 맞물리면 입에 재갈이 물리는 느낌을 갖게 하기 맞춤하다.

안철수 교수를 반기는 정서와 여론 통제를 지각하는 정서는 결국 하나다. 그런 대중적 정서를 정치권이 얼마나 섬세하게 읽어내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드러난 지지율에 심기 불편해 하고 좌불안석할 뿐인 게 아닌가 싶다.

판이 만들어져도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지 못하는 야당의 지리멸렬한 몰골과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나날이 퇴행만 거듭하고 있는 집권세력의 지진아 같은 행태에 지친 대중이 다시 가슴 뜨거운 열정을 품고 싶어 하는 열망을 공감할 능력이 기성 정치권에 남아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주목받고 있는 안철수 교수의 근자의 행보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어 보이는 출마 선언에서 시작됐다. 평소 정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던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해 놀라게 하더니 싱거울 정도로 쉽게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양보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었다.

그의 출마선언에 지지도는 삽시간에 치솟았고 이후 아직 대권 도전을 공식적으로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며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그의 지지도 또한 꾸준히 이어져 가고 있다. 현재로 봐서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출마는 확실해 보인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50%를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쓰도록 기부하겠다는 발표 했고 그 폭풍의 규모 또한 매우 컸다. 기부 발표 이후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폭등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기부액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효과도 연출됐다.

대권도전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그를 둘러싼 300인의 멘토가 누구인지를 둘러싼 궁금증도 커져가고 있다. 300인이라는 숫자는 본인이 밝힌 바이지만 알려진 몇몇 인사를 제외하면 아직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그 300인이 기성의 때가 덜 묻은 이들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만한 이들일 것이라는 점이다. 21세기의 트렌드를 외면하고 과거에 안주하기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정치를 외면하던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을 인재풀을 갖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래서 그 300인의 면면이 다 드러나는 시점쯤에는 젊은 층에서부터 2002년과 같은 열정을 다시 일으키게 될지 흥미를 갖게 한다.

보수 세력은 정치`행정의 경험 부재로 공격할 것이 뻔하고 진보 세력은 개혁운동에 기여한 적 없는 그의 안온하기만 했던 삶을 못미더워할 것이지만 그는 지금 역풍마저 끌어안고 갈 새로운 태풍을 만들어가고 있다.

퇴행적 정치가 그 같은 이들을 정치판으로 불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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