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넥슨' 빼앗긴 한국거래소, 뭐가 문제길래?
[마켓인사이드] '넥슨' 빼앗긴 한국거래소, 뭐가 문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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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M&A 등 R&D 핵심부서 '부재'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이 결정되면서 제 2, 3의 넥슨이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증시에 대한 연구 등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 업체인 넥슨은 내달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시장에서 추정 중인 시가총액은 8조7000억원~10조2000억원으로 올해 일본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어'다.

넥슨이 일본 증시를 선택한 것은 해외 인수합병(M&A)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 증시는 일본에 비해 M&A에 불리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한국거래소조차 명확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외 M&A 등 선진증시시스템 및 경쟁 거래소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담당하는 부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제조업으로 볼 때 연구개발(R&D) 역할은 거래소 정보사업부의 조사연구팀이다. 하지만 인원은 고작 5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례로 이 부서의 해외거래소에 대한 현황 연구는 지난해 제작된 해외거래소 책자 정도다. 하지만 여기에는 연혁, 조직, 사입 실적 등 통계자료만 담겼을 뿐 해외 거래소의 상장 제도와 같은 전문적인 내용은 없다.

이는 조직이 축소된 탓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통합거래소가 되기 이전에는 '조사부'가 있어 상장제도 등의 학술적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현재는 개별팀으로 나눠져 상장제도 등의 연구는 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요국 매매기능 등을 담당했지만 대부분 현업부서 중심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리서치나 제도조사를 담당하는 역할이 축소됐다"며 "다른 업무도 많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매번 자료가 필요할 때마다 단기 프로젝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반 제조기업의 경우 장기적인 R&D가 생산성 향상, 실적으로 연결되지만 거래소의 연구결과 대비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는 것도 부서가 축소된 이유라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대신 해외시장 관련 연구의 경우 현업부서에서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R&D 역할을 할 부서가 체계화된 연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업 부서가 얼마나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이번 넥슨의 일본 상장에 대해 거래소 측은 '전적으로 회사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다른 관계자는 "넥슨의 일본 상장은 거래소와 일본의 마케팅 능력차이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오너가 가진 사업전략 등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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