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신명의 힘
젊은 신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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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신명이었다.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졌던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젊은이들을 이끈 힘은 신명이라는 건강한 에너지였다. 평소 같으면 단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선거를 외면하는 일도 적잖았을 젊은이들이 세상이 바뀌기를 기원하며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렸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SNS 메시지들을 나눴다.

선거 결과가 어떤 이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에 관계없이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그들의 뜻을 나누고 모았다는 점은 분명 우리 사회에 건강한 에너지를 수혈하는 일이었다. 스스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서로 분주히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미래의 세계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에 나섰다.

적잖은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정시 출근을 독려하고 퇴근 후 회식자리를 갖는 방식으로 투표참여를 방해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한편에서는 투표 참여가 가능하도록 투표당일의 특별 지침을 내린 회사도 있다고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젊은 직장인들이 한나절 출근을 늦추거나 일찍 퇴근하는 ‘반차’를 사용하면서까지 투표에 적극성을 보였다.

기성 정치를 싫어하지만 정치의 힘을 부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정치를 바꾸려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들은 ‘정치행위’를 한 것이라기보다 그들의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이런 젊은이들의 열정이 분위기를 일신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되돌아보면 5공화국의 그 삼엄함을 뚫었던 2.12 총선, 2002년의 월드컵 열풍과 노사모의 열정이 오늘의 결과 위에 오버랩 된다. 열정이 모여 집단 신명을 이루며 일궈내는 결과가 흡사하다. 이번에는 SNS라는 새로운 무기가 등장한 것이 다를 뿐.

이런 젊은이들의 열정이 만들어내는 집단 신명에는 공통점이 있다. 누가 이끌어서는 나오지 않는 자발성이 있고 공동체를 향한 그들 방식의 애정이 있을 때 발현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여러 분석들이 나오지만 그 어떤 해석으로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젊은 열정, 신명의 힘이다. 평소에는 삶에 지친 듯이 무기력해 보이기만 하던 젊은이들 속에 내재된 건강한 사회를 향한 열망, 희망 있는 미래를 향한 꿈이 그런 꿈과 열망을 가로막는 구체적 대상을 발견하며 파괴력을 갖고 솟구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의 그 건강한 에너지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그 힘을 두려워하고 막으려 드는 세력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그런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세력을 경계할 때 우리 사회의 희망의 불씨는 지켜질 수 있다.

젊은이들의 그런 에너지는 물론 우리에게만 있는 인자는 아니다. 다만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이 신명은 좀 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신명이 오르면 종종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일의 결과를 100%를 넘어 120%, 150%라도 낼 수 있는 힘을 내는 것이다.

이런 신명의 힘이 오늘날 한국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왔고 이제는 그 결과의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분배를 얘기하면 ‘좌파’로 몰고 싶어 하는 머리 굳은 이들이라도 이즈음 전 세계적으로 번져가는 변혁 요구의 바탕에 분배의 문제가 있음은 발견하리라 믿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기 다른 구호를 외치지만 결국은 하나로 귀결되는 무브먼트가 물결치고 있다.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는 중동`아프리카 등지의 소리나 재정위기를 초래한 정부에 저항하는 남유럽 국가들이나 상위 1%가 성장 과실 65%를 차지한 것에 분노하며 월가를 점령하라고 외치는 미국의 시위대나 그 모두가 사전모의 없이도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시다발적인 무브먼트를 형성했다. 그들의 각기 다른 듯이 보이는 요구의 바탕에는 ‘공정한 분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시위를 넘어 투표만으로도 그런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는 사회를 가질 때가 됐다. 젊은이들의 열정, 신명이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

이런 건강한 에너지를 지켜줘 우리 사회의 미래를 향한 진보로 나아가게 하는 일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비록 젊은이들의 뜻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이제 그들의 미래를 지켜줄 책임을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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