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디폴트' 된다면
그리스가 '디폴트'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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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의회가 우리 시간 20일에 정부의 재정 긴축안을 1차로 승인하자 그 전부터 극심하게 반발하던 청년`노동자들의 시위와 총파업 결의 등이 폭발했다. 2차 승인 여부를 앞둔 시간에 이 글을 쓰다보니 그 결과를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노조의 48시간 총파업 돌입에 비행기도 못 뜨고 여객선도 발이 묶였으며 세관도 은행도, 상점들마저도 문을 닫는 등 어수선한 그리스 국내 상황은 정치인들에게 비상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국가부도 위기를 면하자면 정부의 재정 긴축안을 통과시켜야 하지만 노조 추산 20만에 달하는 시위 군중의 요구를 가볍게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급식도 끊기고 굶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외면하기는 어려워 조심스럽게나마 그리스의 미래, 그리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짚어봐야겠다. 그리스가 설사 2차 승인까지 마치고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4개월 뒤에는 결국 디폴트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부도 위기를 먼저 경험한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그리스 국민들의 분노가 일면 이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기들 돌 반지까지 내놓으며 국가적 위기를 넘기고자 금 모으기, 달러 모으기에 동참했던 우리와 많이 다른 행동양태가 다소 의아하기도 하다. 국내 언론의 보도로 보자면 그리스 국민들은 단지 재정긴축에 반대할 뿐 정부가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라는 요구는 없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보도 경향이 이럴 때면 20년 전까지의 버릇처럼 기사의 행간을 뒤지게 된다. 그리스 국민들이 설마 제나라 망하길 바라서 반대시위를 하지는 않을 테니 그들 생각이 궁금해서라도 기사의 이면을 들춰보게 된다. 더욱이 이런 재정긴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같은 재정위기국가 이태리와 스페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여기서 문제되는 대목들을 보면 아직은 미국과 맞장 뜰만한 힘이 안 되는 유럽연합에 대한 미국적 가치의 강요가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이는 마치 미국 주류사회의 이념이 중동에서 강요되는 것과 흡사해 보인다.

그리스가 디폴트 되면 남유럽 국가들의 연쇄적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고 이는 결국 유로존 전체의 안정이 흔들리는 일이다. 유로존 17개국으로 위기가 번지면 물론 세계 경제의 위기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연유로 이미 2년 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그리스의 재정위기에 머뭇거리던 유럽연합 중심국가인 독일도 유럽중앙은행(ECB)과 이견을 보이던 민간채권자들의 그리스 국채 만기 연장안을 승인했다. 이것만으로도 그리스 문제는 해결될 법도 했다.

그런데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재를 뿌렸다. 국채 만기 연장을 디폴트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유럽이 주도적으로 재정위기 문제를 풀어갈 길이 막혔다. 그리스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오로지 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재정긴축을 하고 구제금융을 받으라는 것이다. ECB는 주도권을 뺏기고 단지 그리스에 지원만 하는 입장으로 밀려났다.

피치가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가운데 유독 영미계 회사라고는 하지만 무디스, S&P 등 미국적 신용평가회사나 마찬가지로 사실상 미국적 가치,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서는 다름이 없다. 위의 발표도 결국 그리스 위기의 해결보다는 그리스 국채를 가진 미국 자본의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IMF의 처방은 만병통치약인가. 한국사회가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양극화가 급격히 심화된 경험에 비춰봐서도 IMF의 처방은 양날의 칼이 될 위험성이 높다. 차라리 통합 이후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잃은 유로존내 취약국가들에게는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번 긴축안대로 공무원 수를 줄이고 연금을 깎고 복지예산도 대폭 삭감하면 경기는 점점 더 뒤로 가며 회생불능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2차 산업이 거의 발전하지 못한 채 GDP의 70% 이상이 관광수입이라는 그리스는 내부 위기가 세계 위기로 발전하며 다시 그 위기의 여파로 GDP가 감소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들 위험이 매우 높다.

그리스 의회가 2차 승인을 하든 못하든 세계의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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