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유상증자가 '장땡'?
[기자수첩] 증권사, 유상증자가 '장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10억을 가진 사람이 1억을 만들기는 쉬워도 100만원 가진 사람이 10만원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증권사에서는 '큰 돈'을 벌기 위한 자본확충 움직임이 한창이다.

대형IB 인정 기준이자 헤지펀드를 설립할 수 있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영업이 가능한 기준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정해지자 이 기준에 약간 미달하는 증권사들이 유상증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KDB대우증권은 무려 1조4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고 뒤이어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6000억원, 4000억원대의 유증을 발표했다.

KDB대우증권은 구체적인 자본운용 계획도 없이 대규모 유증 방침을 발표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형IB 기준인 3조원에 무려 1조원을 더해 추가로 덩치를 크게 키운 것. 

이에 대해, KDB대우증권 측은 "공개는 어렵지만 내부적으로 모든 계획이 짜여있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우리에게 큰 기회"라고 답했다.

결국, KDB대우증권은 유증 '한 방'에 막대한 자기자본을 확보하게 됐다.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마찬가지로 유증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이들 세 증권사의 뒤를 이어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대형IB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자본확충에 대해 결정 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유증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상증자는 가장 쉽게 덩치를 키우는 방법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당초 대형IB를 도입하려는 취지는 유증보다는 합병을 염두해 뒀었다.

금감원도 제대로 된 대형IB 탄생을 위해서는 대형 증권사간 인수 합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필요한 증권사 숫자는 10개 남짓인데 실제로는 70개나 된다"며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IB 탄생이 증권사 난립 해법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기대처럼 대형IB 도입은 증권사들의 난립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대형 증권사들의 유상증자는 대형IB 도입 취지에 크게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당장 매물로 나올만한 중소형 증권사가 없다는 점에서 유상증자가 차선책이 됐을 수 있다. 추후 대형IB 도입에 따른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경쟁에서 밀린 중소형사간 합병 가능성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가 언제 가사화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대형IB 도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의 유상증자만으로는 '제살 깎기' 식의 수수료 인하전쟁과 과당경쟁 등 증권사 난립 구조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