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너도나도' 대형IB…현실은?
증권사들, '너도나도' 대형IB…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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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IPO 외국계가 '싹쓸이'
"국내 증권사들 한계 봉착할 수도"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에버랜드 지분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 주관사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대형IB' 준비에 한창이지만 여전히 '굵직한' IPO건은 번번이 외국계에 내주고 있는 셈이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대형IB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골드만삭스의 적극적인 행보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지난 9월 JP모간과 함께 삼성카드 에버랜드 지분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내년 IPO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 주관사까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 IPO의 경우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해 총 22곳 증권사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들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에도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으로 4조8000억원 규모의 삼성생명의 매각 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1조원 넘는 대형 주관 업무에서도 외국계 금융사들이 '싹쓸이' 하고 있다.

KCC의 만도 주식처분은 JP모건이, 호남석유화학의 타이탄 인수자문은 HSBC증권, 롯데쇼핑의 GS마트, GS백화점 인수자문은 BOA메릴린치가 맡은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역내 IPO시장에서까지 외국계에 '밥그릇'을 내주고 있는 것은 '트렉레코드'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IPO 외에도 증권사 IB 업무는 채권 발행 주관 및 인수 등이 있지만, 해외 채권 등은 이미 외국계 증권사가 멀리 치고 나간 상황이다.

해외 마케팅 역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실제로 하이마트가 IPO 딜의 공동주관사로 씨티증권을 선정한 점 역시 이 부분을 기대했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삼성생명 IPO등 대형건 물량은 국내에서 소화하기 힘들어 해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미국, 유럽 투자자들의 네트워크가 있는 외국계 증권사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에 비해 자기자본이 월등하게 작다보니 단순 중개 업무를 떠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약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작은 국내 시장 안에서 경쟁에 매달리고 '제살깎기' 수수료전을 내몰린 실정이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IB로 간판을 바꿔달더라도 주변 여건이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축적된 트렉레코드가 필요한데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대형IB가 된다손 치더라도 외국계와 경쟁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모 증권사가 이제서아 홍콩 IB법인에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다는데 홍콩 진출한지 한참이 지났다. 그만큼 준비 작업이 더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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