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을수록 비싸다?…주택시장 '통념' 깨졌다
작을수록 비싸다?…주택시장 '통념'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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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역전' 현상 매매·분양시장으로 확산

[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중소형이 어딜가나 '인기'다. 전세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역전 현상이 급기야 매매·신규분양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소형은 전용면적 85㎡ 이하인 아파트, 중대형은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아파트를 지칭한다. 평형대의 경우 35평형 이하가 중소형, 35평형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중대형이다.

◇중대형의 '굴욕'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가운데 절반 가량에서 소형 주택의 단위 면적당 가격이 대형 주택을 앞질렀다. 중소형 전세값 역전현상에 이어 소형아파트의 평당 매매가마저도 중대형을 웃도는 일이 발생한 것.

통상 대형 아파트가 고급 마감재를 포함한 건축비 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매가가 높고 전세금도 비싸다. 하지만 계속된 경기침체로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줄고, 거래시장이 위축되며 '넓을수록 비쌌던' 주택시장의 통념마저 깨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1번지가 최근 서울 25개구에서 20~50평형대까지의 평형대별 아파트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12개구(48%)에서 50평형(165㎡)대 3.3㎡(1평)당 매매가가 서울시내 20평형(66㎡)대 평당 평균 매매가인 1487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에서 50평형대(165㎡) 가격이 가장 낮은 지역은 평당 813만원을 기록한 강북구로 집계됐다. 이어  50평형대(165㎡) 평당 가격이 저렴한 구는 강서(1481만원)·관악(1445만원)·구로(1379만원)·금천(942만원)·노원(1386만원)·도봉(1385만원)·동대문(1453만원)·서대문(1118만원)·성북(1143만원)·은평(1484만원)·중랑구(1186만원) 등도 20평형대 평균(1487만원)을 밑돌았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중소형에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돼 온데다 가격과 관리비 등 부담 때문에  중대형·중소형의 가격차이가 계속 줄어들었다"며, "중소형 아파트의 강세는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인기는 중소형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늘어나게 하는 원인이 됐고, 건설사들도 중소형 위주의 물량을 많이 공급하는 추세"라며 "2~3년 뒤 중대형의 희소성이 부각될 여지도 있지만 값이 많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시장 '잠잠' 

실제 시장에서도 중소형 평형의 매매값이 대형 평형을 '추월'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잠실리센츠 주공2단지의 경우 27㎡형이 3.3㎡당 4500만원에 육박하는 반면 이보다 큰 85㎡형은 36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현대1차' 아파트도 마찬가지. 전용 70㎡형이 3.3㎡당 1100만원선이고, 84㎡가 3.3㎡당 1000만원선이다. 단위 면적당 가격만으로 비교해보면 작은 집이 큰 집보다 비싼 셈.

그러나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인근의 H공인 관계자는 "대형보다 중소형 매물에 대한 문의가 더 많다"면서도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중대형 아파트값이 소형보다 낮은 '역전현상'은 전세시장 중심으로 계속될 것이지만, 매매시장에서만큼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중대형으로 전환하려면 자금 부담이 크다보니 다시 소형으로 쏠리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소형의 강세, 거래 집중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대환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소형과 중대형간의 가격차이가 좁혀졌지만 여전히 넓은 평형은 관리비 등의 부담때문에 선호도가 높지 않다"며 "갈아타기에 좋은 시기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 실장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무리하게 투자하는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같은 시기에는 실수요자도 당분간 관망할 필요가 있다"며 "중대형으로의 갈아타기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대형평형 몸값 하락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중소형 분양 가격이 대형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생겼다. 대형평형이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자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몸값을 낮춘 것.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동대문구 전농7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임에도 불구하고 전용면적 121㎡(46평형)의 3.3㎡당 일반분양가를 1300만~1400만원대로 책정, 20만~30만원 가량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관심을 끌었는데, 청약 접수 결과 중대형인 전용 121㎡를 포함해 전 주택형이 모두 순위내 마감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분양 관계자는 "중대형 수요를 청약으로 끌어내고자 분양가를 낮춰 공급한 것이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었다"며, "요즘 중소형이 대세라 해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중대형아파트도 분양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올 상반기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내놓았던 '의왕 내손 e편한세상' 도 99~132㎡ 면적대는 3.3㎡당 분양가가 1661만원대, 165~198㎡는 3.3㎡당 평균 1572만원에 분양가를 책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공급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역전 사례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단위면적당 가격을 꼼꼼이 비교해보고, 중소형 분양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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