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사회공헌 확대, 진정성 있나?
[기자수첩] 은행권 사회공헌 확대, 진정성 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미국 금융기관들의 탐욕에 분노해 '월가를 점령하라'고 외치는 미국 젊은이들의 시위가 한 달 가량 계속되고 있다.

이번 집단 시위는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도 불구하고, 월가 금융기관들은 초호화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사실 일자리 문제는 비단 미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동일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은행들 역시 월가 금융기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가계부채 부담이 증가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상반기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지 이들 은행의 능력이 뛰어나 거둔 성과라면 눈총받을 이유는 없다. 국내 은행의 수익 90% 가량이 예금과 대출이자간 차이인 예대마진에서 비롯됐다는 측면에서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서민들로부터 얻은 수익의 대부분은 5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최근 5년간 총 당기순이익의 32.5%에 해당하는 10조원을 현금 배당했다.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은행들이 정작 국내 소비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지난 10일 국내 은행들도 미국의 반(反) 월가 시위에 대한 위기감을 실감했는지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공헌 지원액을 늘리고, 고졸 인력 채용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잘해보겠다'고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형식적이고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금융소비자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고졸 인력채용 확대방안은 지난 7월 발표된 서민금융지원 확대안을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

대부분 지원방안도 소외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에도 주요 은행들은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만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인하해 '생색내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금융지주사 회장 간담회 직후 나흘만에 급하게 내놓은 '보여주기식' 안에 불과하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발표일 오전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금융권 리세스 오블리주' 발언도 있었다.

이같은 측면을 감안해도 은행들의 이번 사회공헌 확대안이 고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보일리는 만무하다. '서민들의 고통을 담보로 장사한다'는 불편한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이 자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