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는 모두에게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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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1%로 고령화 사회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노인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러니 7년 후에는 고령사회(14%), 15년 후에는 초고령사회(20%)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래의 노인문제는 서둘러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참으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사회를 맞을 사회적 안전망은 미흡한데 사회가 너무 빨리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0%에 불과한 공적연금 수급자는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화된 시기로 볼 때 시간이 지나면 차츰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령액은 실제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하고 앞으로도 생계비 중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니 별도의 저축 없이 노년을 맞은 이들의 삶은 ‘질’을 얘기할 수준이 못된다. 이 상태라면 자칫하면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둔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가 안 된 노인 인구가 61%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주관적 평가이니 실제 경제적 자립 능력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월 생활비로 얼마를 예상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 중에도 살고 있는 아파트 외에 10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불안을 호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집 외에 3~5억 원 정도만 있으면 경제적인 노후준비가 된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총액 10억 원을 20년간 분할해서 받는 연금복권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평균적으로 한국사회의 부부 한 쌍 당 노후준비금으로 10억 원 정도를 상정해볼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만큼의 저축을 할 여력이 없이 힘겹게 살아온 노인 인구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갈수록 개인 및 가계의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국가경제는 기업이 이끌어가고 개인은 그 기업이 ‘먹여 살리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정부 하에서 2010년 가계의 소득증가율은 기업의 그것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 한다.

그러니 노후준비를 위해 십 수 년 전 일본인들이 그랬듯이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저축하라는 뜻인가 보다. 그런데 당시 일본인들은 정말 기업이 평생고용을 보장해준다고 믿고 개미처럼 살았지만 막상 경제위기가 닥치니 그런 믿음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우리는 애당초 아예 평생고용의 믿음이 없었다. 그래도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이 땅을 휘몰아치기 전까지는 어지간하면 한 직장에서 몇 십 년 일하는 게 낯설지 않았다. 인간적 정이 남아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았던 덕이다. 그러나 전문 기술 하나로 중소기업을 꾸려갈 수 있는 풍토도 사라지고 갈수록 중소기업도 줄어든다.

‘글로벌경제’를 앞세우며 효율숭배사회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노동하는 개개인은 그저 단순한 부품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윤추구, 자가증식을 존재 이유로 삼은 기업은 그렇다 쳐도 이제는 생명을 다루는 병원도, 미래 한국을 담보해야 할 학교도 모두가 ‘효율’만 외쳐댄다. 금융사들은 ‘효율’ 좋아하다 금융정보유출 소동을 겪지 않나, 내부적으로 잇단 금융 사고에 소문날세라 쉬쉬 입단속하기 급급하질 않나, 스스로 신용 잃을 짓들을 겹겹이 쌓아가고 있다.

그런 일에 분주하다보니 일하는 ‘사람’이 보일 리 없고 그러는 사이 우리사회는 자꾸 늙어간다. 그것도 대책마저 부실한 채로.

노후준비라면 흔히 경제적 준비만을 생각하고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노년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이냐는 구체적 준비가 없으면 노년기 초반의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물론 경제적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노년의 ‘삶’을 설계할 여유도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준비조차 못했으니 그런 문제를 얘기하는 자체가 사치스럽다.

케네디는 “국가가 내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했다며 한동안 한국사회에 국가주의의 광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의 노년층이 그런 이데올로기의 대표적 희생자였다. 결국 국가는 단지 바라기만 했을 뿐 무엇도 주지 않겠다는 얘기였음을 인정하고 말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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