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 큰폭 증가…강남發 '월세난' 확산되나
'반전세' 큰폭 증가…강남發 '월세난'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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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대책 마련 시급"

[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전셋값이 치솟으며 보증부 월세(반전세)가 강남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보다 전셋값이 높은 강남에서 집주인들이 안정적인 월세수입을 얻고자 세입자에게 보증부 월세(반전세)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보증부 월세란 전세금을 낮춰주고 월세를 받거나 전세금을 그대로 두고 월세를 추가로 받는 것으로, 전세와 월세의 절충 형태라 해서 '반(半)전세' 또는 '반월세' 로 표현하기도 한다.

29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3구의 전·월세 거래건수는 7204건으로 전월보다 3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서도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보증부 월세 거래량(계약일 기준)을 집계한 결과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지난해(1480건)보다 30% 증가한 1929건, 서초구는 1188건, 송파구는 1460건으로 각각 20%, 10% 늘었다.

강남권 중에서도 전세값이 많이 오른 아파트에서 보증부 월세 매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매물이 나오자마자 바로 빠지니, 전세매물이 사라진 자리를 보증부 월세가 채우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1층)는 지난 6월 2억9000만원~3억1000만원에서 전세거래된 것이 지난달부터 보증금 2억1000만원에 월 49만원, 보증금 2억5500만원에 월세 40만원 등 보증부 월세 거래로 전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저금리에 계속된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보니 기존에 전세를 놓았던 집주인들도 수익이 높은 월세로 많이 돌렸다"며 "많은 융자를 끼고 집을 산 것이 아닌 이상 집주인은 반전세를 선호하고, 세입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리센츠 전용면적 85㎡(21층)도 지난 6월 4억6000만원에 전세거래됐지만, 7월에는 보증금 3억7000만원·월세 40만원 등 보증부 월세 거래로 전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잠실리센츠 85㎡의 경우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보증금 2억5천만원, 월세 1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보증금 2억·월세 120만원, 보증금 5000만·월세 190만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잠실 Y공인 관계자는 "잠실리센츠 85㎡의 경우 재작년만해도 3억5000만원선에서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현재 4억8000만원대로 2년 새 최소 1억이 넘게 뛰었다"며, "세입자들이 뛰어오른 보증금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전세 재계약을 원했지만, 집주인들이 그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기를 원하다보니 반전세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심각한 월세난에 접어드는 상황을 우려했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시중 예금이자가 연 4% 정도 되는 상황에서 월세를 놓으면 보통 6~7%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데다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집값은 오르지 않으니 그 수익률을 월세로 받으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부 월세형태가 많아질수록 전세매물은 부족해지고, 그것은 전셋값 상승을 야기하고 다시 월세를 늘어나는 악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고 덧붙였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전셋값이 올라 세입자가 목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월세전환을 요구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니 월세 세입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내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나고 있으니 변화된 임대차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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