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과 허둥대는 정책
환율폭등과 허둥대는 정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율이 9월 들어 연일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지난 20일 종가는 연중 최고치였던 3월17일의 장중 기록인 1,144원을 넘어섰으나 기세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당국의 개입 흔적은 분명히 보이지만 폭등세를 진정시킬 수준은 못되는 듯하다. 이제까지 수출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환율상승을 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희희낙락하던 당국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될 위험 수준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허둥대지만 이미 약효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당국의 환율정책이 근본적인 궤도수정에 돌입해야 할 듯 보이지만 아직 당국은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 계속 세계 시장의 뒤만 쫒아가기 급급하다보면 결국 한국 시장으로 핫머니가 꾀도록 하는 위험한 게임에 내몰릴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다.
 
이미 늦은 당국의 대응을 한번 되돌아보자.
 
8월1일 1,049.0원까지 떨어진 환율이 한 달 내내 불안한 상태를 보였지만 오히려 상승을 막아보고자 했던 당국이다. 그래서인지 1,080원을 넘어섰던 환율은 8월말부터 기세가 꺾이기 시작해 9월1일 1,062.0원까지 다시 내려앉았으나 이후 계속 치고 오르며 20일에는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이은 종가 관리성 매도물량까지 내놓아 간신히 1,148.4원에 장을 마쳤지만 21일에도 가까스로 1,150선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22일에는 이마저 무너져 하루 새에 30원 가까이 오르며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행이 1,179.8원으로 1,800원의 턱밑을 지켰지만 장중 한때 1,180.5원까지 치고 올라서며 연말 1,200선 돌파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런 환율폭등세에 맞서는 당국의 방식은 지극히 위태로워 보인다. 환율시장이 통제불능의 패닉상태로 빠져들며 주가가 급락하자 당국은 연기금을 증시에 투입하며 주가를 방어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22일 증시는 전 세계가 동반 하락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만을 들여다보며 무리를 한 것이다.덕분에 기회를 노리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안전하게 시장을 이탈할 기회를 얻었고 한국 증시는 더 위태로워졌다. 지금의 시장 상황을 세계적 전쟁으로 보지 못하고 눈앞의 전투에만 매몰돼 터무니없는 패착을 둔 것이다.
 
이미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예상됐던 바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이은 유럽 재정위기와 더불어 유로존 주축국가들의 신용등급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니 지금 전 세계의 투자 자금들도 움직임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어느 모로 보나 세계 증시는 당분간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대형 투자자들의 안전한 탈출구 확보를 위한 잔잔한 상승은 예상해 볼 수 있으나 크게 보면 하락 추세를 막을 조건이 없다.
 
이미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 조짐이 점점 뚜렷해져가는 데 한국 정부당국가 그런 세계적 추세를 홀로 막아서 보겠다는 것도 아닐 터인데 큰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그 중심축이 바뀌려는 격동기로 들어섰다. 이제까지 그런 흐름은 단지 예상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좀 더 확실한 근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단계다.
 
한국은 이제까지 세계적인 대공황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다. 1930년대의 대공황을 식민치하에 있던 우리는 주체적으로 겪을 처지에 있지 못했고 한국은 산업화의 단계에 이르지도 않았기에 단지 일제의 강화된 수탈을 민중들이 온 몸으로 겪어내는 것 이상의 실감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 경제의 축을 바뀌는 충격을 이번에 처음으로 겪게 될 것이다. 그동안 서양의 산업혁명이 어떻게 세계사의 축을 바꿨는지도 이론으로만 배워서 실감이 없지만 이제 그런 변화를 눈앞에서 보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더욱이 이미 산업화의 길에 깊숙이 들어선 한국으로서는 생전 처음 겪는 혹독한 계절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의 정부는 아직도 그런 변동을 실감하지 못하는지, 하기 싫은 것인지 엉뚱한 패착만 거듭 두고 있다. 이럴 때 장삼이사들은 대체 어찌 해야 하나.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