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럽 위기를 지렛대로?
중국, 유럽 위기를 지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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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로 유럽연합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재정적 측면에서 보자면 사실상 유럽연합을 이끌만한 거의 유일한 나라인 독일은 그리스의 디폴트를 방치할 경우 닥칠 위험과 자국의 안정 유지를 전제로 한 개입 정도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프랑스는 자국의 신용강등 위기에 직면했다는 보도들이 줄을 잇는다. 이미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이 잇달아 재정위기에 휩싸인 상황에서 악재에 악재를 더하는 유럽 경제의 오늘이다.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미칠 유럽의 이런 위기는 유럽 내부의 노력만으로 해소되기에 벅차 보인다. 그렇다고 2차 대전 이후 줄곧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미국도 제 코가 석자라 나설 형편이 못된다. 한동안 미국의 훌륭한 경제 파트너 노릇을 해온 일본 역시 제 앞가림도 버거운 형편이다.

이런 세계 경제시스템의 공백을 메울 대안은 현재 중국뿐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서서히 유럽 위기에 개입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유럽에 협상 카드를 내민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는 이미 ‘준비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 요구조건이 매우 노골적이면서도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정책이 시행된 지 올해로 24년째이지만 여전히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로서도, 자유무역국가로서도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개인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또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국영기업이 대부분이고 정부의 정책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은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경제적 중심 국가를 향해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사안이라는 중국 정부의 인식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중국 정부는 이제 미국에 이은 강대국으로서 이제까지 미국이 누려온 세계 속에서의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 급격히 위력을 잃어가는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로서 위안화의 위력을 증대시켜온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중국이 이제 유럽의 위기에 개입하려 한다.

물론 중국은 세계 제1의 외화보유국으로서 미국 최대의 채권국가가 됐을 뿐만 아니라 근래 유럽 각국의 채권도 사들이던 와중이라 자국의 자산 보호 측면에서도 유럽 위기에 나 몰라라 하기는 어려운 처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오랜 기간 문을 닫아걸고 은둔한 듯 보였던 기간에도 중국은 패권주의적 태도를 포기한 적이 없다. 한국전에 개입하면서 동시에 티베트 침공을 감행해 병합시켰다.

그러던 중국은 개혁`개방과 거의 동시에 탐원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자국 중심의 동북아 역사를 새로 쓰는 역사개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순응하며 은인자중하듯 하던 중국은 어느 순간 잠자는 닭의 목을 갉아먹는 쥐처럼 미국의 목덜미에 다가갔다. 그리고 한두해 전부터 포스트 아메리카의 주역이 될 준비를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유럽 위기에 개입하려는 이유가 당장의 채권 회수문제 뿐이라 해도 이번에 중국의 개입이 성공할 경우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자연히 중국 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세계 속에서 중국이 당장 미국을 대체하리라는 예상은 할 수 없지만 중국의 입지는 더 이상 미국의 뒷자리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군사적으로도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자국 내의 빈부격차 심화로 인한 갈등요소를 어떻게든 대외적 위상 강화를 통해 잠재우고자 할 것이고 그들이 극복하고자 하는 타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미국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세계는 이렇게 돌아가는데 지금 한국은 어딜 보며 달려가고 있을까. 이 땅의 지배층들은 또 다시 사대의 길을 걷기 위한 눈치 보기에 들어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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