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다이렉트 뱅킹, 産銀의 '무모한' 도전?
[기자칼럼] 다이렉트 뱅킹, 産銀의 '무모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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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기자]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앞두고 배수진을 쳤다. 취약한 수신기반 해소를 위해 '다이렉트 뱅킹' 진출을 추진 중이다.

다이렉트뱅킹은 말그대로 영문 Direct와 Banking의 합성어로 창구라는 매개 없이 개인이 직접 은행 상품에 가입하는 금융서비스. 이 모델은 네델란드 ING은행의 'ING다이렉트'로 전세계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ING다이렉트는 지난 1997년 선봬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9개국에서 1500만 이상의 개인고객을 확보했다.

산업은행이 '벤치마킹' 모델로 내세운 것도 'ING다이렉트'다. 전국 60여개에도 못미치는 취약한 점포망으로는 개인고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언뜻 보면 다이렉트뱅킹은 개인고객들에게 충분한 가입유인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여타 은행 상품 대비 높은 금리가 장점이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및 건물 임대료 등의 비용절감 효과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이렉트뱅킹의 한계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실명법 때문에 인터넷으로 통한 예금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터넷에서 가입신청을 하면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가입을 도와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사실상 '다이렉트'가 아닌 것이다.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은행이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는 '획기적인' 서비스처럼 비쳐지지만 가입절차가 번거럽고 고객 입장에서는 첫대면 하는 직원을 신뢰하고 검증하는 일도 쉽지 않다. 
 
사실 국내 시장에서의 다이렉트뱅킹은 산업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HSBC가 지난 2007년 출시한 'HSBC다이렉트'가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HSBC는 한국의 경우 국민들의 인터넷 활용도가 높아 다이렉트뱅킹의 승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HSBC가 내세웠던 모델 역시 'ING다이렉트'였다. 산업은행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KDB다이렉트'(가칭)와 상품구조나 가입방식 모두 거의 판박이다.

하지만 HSBC다이렉트는 출시 첫해 대대적인 마케팅 덕분에 이슈화시키는 데는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불과 1년여만에 급격히 쇄퇴하며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지금은 HSBC가 다이렉트뱅킹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HSBC가 다이렉트뱅킹 사업에서 실패한 요인은 무엇보다 가입절차의 번거러움이다. 회사나 집앞에 나가면 바로 은행 영업점인데 1%에도 못미치는 금리 때문에 일대일로 직원을 만나 굳이 시간을 쪼개야할  유인이 충분치 않다.

저비용 효과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주기적인 광고와 캠페인을 통해 다이렉트뱅킹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인지시켜야하는 부담때문이다. 일반 시중은행들의 팜플렛 광고보다 비용 측면에서 되레 역효과가 날 개연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선례가 있는 만큼 산업은행이 HSBC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확률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HSBC와는 차별화된 다이렉트뱅킹을 내놓을 가능성 역시 낮은 것도 사실이다.

산업은행 측은 인터넷만으로 실명확인 절차가 가능해진다면 다이렉트뱅킹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관련 규정이 하루아침에 '뚝딱' 하고 만들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때문에 HSBC가 다이렉트뱅킹 출시 이후 4년여에 걸쳐 기다려온 관련 규정이 강만수 산업은행장(겸 산은지주 회장)의 '첫 작품' 출시를 계기로 마련될 수 있을지, 금융권의 민감한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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