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간판기업', 삼성→현대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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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순이익, 현대차가 삼성 앞서
"위기의 삼성電, 단기 현상 아니다"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삼성그룹을 처음으로 뛰어넘으면서 삼성그룹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순이익이 삼성그룹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상장기업 중 현대차 계열사의 지난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4357억원보다 42.5% 증가한 9조1678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삼성 계열 상장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10조2066억원에서 20.6% 감소한 8조1035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는 삼성그룹이 우위를 유지했지만 순이익에서는 현대차그룹에 뒤진 것이다. 삼성그룹은 상반기 109조898억원의 매출과 8조917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93조1501억원의 매출과 8조69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차그룹이 적게 팔고도 더 많은 이익을 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역전현상이 두 그룹의 주력인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상반된 행보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2조9616억원보다 41.3% 급증한 4조1840억원으로 현대차그룹의 역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더해진 실적이다. 지난 상반기 3105억원의 순이익을 낸 현대건설이 계열사에 추가된 것도 현대차그룹 실적 증가에 한몫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IT업황 악화로 상반기 순이익이 8조2706억원에서 6조2911억원으로 23.9%나 줄었다. 주력인 D램과 LCD 업황이 악화되면서 부진한 수익성을 보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LCD사업은 지난 2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이 때문에 삼성은 지난 7월 LCD 사업부 사장을 경질하고 최근에는 80여명의 임원 중 10여명을 대기발령하는 등 초유의 조직개편을 단행키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매출하락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새롭게 뛰어든 신사업들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한데다가 글로벌 수요도 부진한 상황"이라며 "반도체는 상반기 수출이 무려 79.2% 늘었지만, 단가는 36.3% 하락해 전체 IT제품 수출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애플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도 시원찮기는 마찬가지. 애플 아이폰과 경쟁구도를 유지하면서 마케팅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애플 아이폰 신모델 출시가 예상되면서 올해 연간 매출액은 163조원으로 2010년(154조원)에 비해 5.7% 늘지만, 영업이익은 마케팅비용 때문에 13조원으로 작년 17조원에 비해 20.4%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글과 모토롤라의 합병으로 탄생할 '구글롤라'(가제)도 향후 실적개선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삼성의 이같은 고민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2011년에 비해 실적은 나아지겠지만 2010년과 비교하면 큰 성장을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적어도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삼성그룹보다는 현대차그룹의 순이익 약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국제 IT업계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며 "삼성이 향후 1~2년 안에 소프트웨어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일고 전망했다.

다른 연구원도 "애플과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하면서 막연했던 위기감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최근 이건희 회장의 본사 출근 횟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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