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잇단 고정금리대출 출시…'눈가리고 아웅'?
은행, 잇단 고정금리대출 출시…'눈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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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증가세 '뚜렷'…"판매연장 여부 불투명"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채선희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변동금리 위주의 가계대출 구조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일정 한도를 미리 정해놓고 판매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으름장에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정금리 모기지론 '불티'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외환은행에 이어 최근 하나은행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외국계를 제외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두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취급하게 됐다.

이는 무엇보다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라는 당국의 주문이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안정화 방안으로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변동금리 대출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인 고정금리 대출을 늘릴 것을 각 은행에 주문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팔 비틀기'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반기 10~11%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7월 14.3%으로 급증했다.

은행별 실적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신한은행의 '지금 利대로~ 신한 금리안전모기지론'은 지난달말 1만4103건(1조1357억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30% 수준이다.

지난달 10일 출시한 우리은행의 '금리고정 모기지론'도 20여일만에 1773건(1670억원)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는 같은기간 신규 주택담보대출(4685억원) 가운데 47% 수준이다.

또, 국민은행이 지난달 초부터 판매한 'KB 장기분할 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도 현재까지 4610건(312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 "장기 조달수단 마련 시급"

하지만 이같은 고정금리대출 증가추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은행별로 판매한도를 정해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1조원, 신한과 하나은행이 각각 3조원의 한도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 은행의 대출 소진율은 출시 반년도 채 안돼 30%를 넘어섰다. 우리은행의 경우 예상보다 빠른 판매속도에 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도 초과 이후 은행들이 고정금리형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일부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권고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넘어서자 대출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늘리려면 장기자금 조달시장 활성화 방안이 빨리 나와야 한다"며 "MBS나 커버드본드 발행을 조기 정착시켜 만기 불일치로 인한 금리변동 및 유동성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 역시 고정금리대출의 인기몰이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권고한 수준에 맞추기 위해 고정금리대출 상품을 팔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로 보기 힘들다"며 "판매 한도까지 아직 여유는 있지만 연장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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