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겠다더니...결국 서민 허리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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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약발 '無'…물가대책 '실패' 비난
은행, 예금이자 낮추고 대출이자 높여 '돈벌이'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연초부터 내놓은 물가관련 대책들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당국의 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지난해 7월부터 1년 사이에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 2.0%에서 멈춰 있었던 기준금리를 현재 3.25% 수준까지 올려놓았다.

반면 시중금리의 대표 격인 3년 만기 국채금리는 같은 기간 3.9%대에서 3.8%대로 0.1%포인트 내려갔다. 기준금리가 올랐음에도 시중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물가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상승을 거듭했다.

지난 6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4.4% 올라 6개월째 한국은행의 물가상승 목표범위 상한인 4%를 웃돌았다. 실제 체감물가는 50~100%에 달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채권 금리가 순차적으로 상승하면서 유동성 흡수해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나 지난 1년 동안 금리정책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계속되는 고물가 행진에 급기야 정부까지 나섰다. 보통 정부는 물가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금융권의 상식이다. 한국은행이 따로 금리를 통한 물가관리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가가 오르더라도 경기가 좋은 것이 표를 얻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첫 번째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기관의 부기관장급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물가불안 등 대내외 불안요인에 대한 거시정책의 적시성과 효과성을 높여나가겠다는 취지다. 이는 정부가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면서까지 물가관리라는 벼랑 끝에 몰려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다음날인 26일에는 정부는 물가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차관급 회의였던 물가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뒤 처음 열린 것이다. 이 회의는 이제 매주 열리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한 고민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시원한 대책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가장 큰 원인은 시중은행들의 이자놀이 때문에 금리정책의 효과가 전혀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정기예금 중 금리 연 5% 이상인 예금은 전월보다 0.2%포인트 감소한 0.4%에 불과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 4.4%)과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가치가 줄어든 계좌가 대부분이다.

반면, 은행들의 고금리 대출 비중은 증가 중이다. 5월 중 금리 연 6% 이상 가계대출 비중은 17.2%로 전월보다 0.5%포인트 늘었다. 작년 말(12.1%)에 비해 5%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은행들이 한은의 금리인상을 예대금리차를 벌이는 기회로만 삼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재 예대금리차는 3%를 웃돌면서 4년새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2분기 주요 은행들의 순이익이 약 4조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놓아둔 채 대출금리 높이기에만 치중해 유동성 흡수가 안되고있다"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정부가 내놓은 어떤 대책도 물가를 잡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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