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달은 브라질고속철도
파국으로 치달은 브라질고속철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주먹구구식 개입이 리스크 키웠다

[서울파이낸스 임해중기자] 정부가 수주에 열을 올리던 해외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말썽이다. UAE 원전수주가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이더니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좌초위기다. 두 사업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현 정부 중점 사업이다.

12일 국내 민관합동기구인 브라질고속철도사업단은 까다로운 조건과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브라질 고속철도(TAV) 사업 참여를 보류했다.

총 25조원 규모의 이 사업은 이 대통령이 브라질 방문당시 수주의사를 밝혀 추진됐다.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된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사업성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정부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리스크를 키웠다는 비판이 높은 이유다. 수익성 계산 없이 무턱대고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민간업체에 손실이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브라질고속철도사업단에 불참한 H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요청으로 브라질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내부 검토를 거치며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프로젝트를 직접 챙겼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수주해도 운영 경비가 많이 들고 사업비 회수 시간도 길어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TAV사업이 난항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브라질 측의 까다로운 조건이다. 브라질 정부는 사업조건으로 현지 업체를 80% 참여시킬 것과 기술 이전, 환차손 보장 등을 내걸었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던 사업이 말썽을 부리자 해외 프로젝트에 정책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원전 수주가 대표적 사례다. 한전컨소시엄이 47조 규모의 UAE원전 사업을 수주했지만 돌아온 건 여론의 뭇매였다.

원전 건설자금 20조원 중 10조원을 국내 수출입은행에서 대출해야 한다는 조건이 알려지면서다. 정부가 수주 실적을 올리기 위해 국민세금으로 원전을 지어주며 무리하게 사업을 수주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원전사업 발전가능성과 진입장벽을 감안했을 때 리스크를 감당할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전사업은 특성상 기술 및 진입장벽이 높아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아부다비 원전수주로 제2의 중동 붐 물꼬를 텄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중남미에서 발주된 TAV와는 다르게 에너지 사업이라는 특성상 원전은 일정부문 리스크를 감당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은 수익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박사는 "TAV는 사업 분야나 발주 지역을 감안했을 때 정책적으로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며 "UAE원전 같은 경우가 반복되면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TAV사업에서 정부가 손을 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손실이 국가 경제로 전가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가지고 있는 중남미 사업 네트워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TAV가 대형 프로젝트긴 하지만 철도 사업에 민관이 무리하게 달라붙을 가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