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 '위기'의 삼성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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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비리, 대한통운 인수 공정 시비 등 연이은 '악재'
삼성電 주가 , 애플 소송+실적 우려 80만원선 '추락'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대장주 삼성전자를 거느린 삼성그룹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 '관리의 삼성'으로 통했지만 이제는 '위기의 삼성'이다. 최근 여기저기서 터지는 악재가 투자자들을 근심케 하고 있다.

6월 초부터 삼성은 곪은 속을 드러냈다. 철저한 입막음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삼성테크윈의 경영진단 결과 내부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대노했다. 이 일로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주가는 오히려 반등했다. 위기가 기회가 됐지만 악재는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다음 악재는 호텔신라에서 터졌다. 호텔신라의 사장은 이 회장의 둘째딸인 이부진씨다. 지난해 11월 호텔신라가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 매장을 공항 면세점에 유치하는데 성공하자 각지에서는 "이부진이 해냈다"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7개월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루이비통에만 특혜를 주고 면세점에 입점을 시킨 것이 드러나면서 샤넬과 구찌가 결국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하고 구찌는 경쟁사인 롯데호텔로 입점하게 된 것이다.

결국 '살을 쳤지만 뼈를 주게 된' 호텔신라의 주가도 주춤거렸다. 지난 3월 이후 상승세를 타던 주가는 6월 들어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선수 삼성전자는 송사에 휘말려 연일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지 2년 만에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현재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청한 건수는 18건에 이른다. 계류 중인 2건을 제외하고 16건은 모두 거부처리된 상태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지금까지 거부처리된 16건의 당사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최대 고객이자 최대 경쟁사인 애플을 상대로 소송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삼성을 골치아프게 하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이기든 지든 찝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삼성과 애플은 미국과 국내 등에서 서로 상대방이 자사 제품의 기술과 디자인을 베꼈다며 특허권소송을 진행 중이다. 28일에는 뿔이 난 애플이 차기 'A6' 모바일프로세서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대만 제조업체에 맡길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연이은 악재들로 연초 120만~130만원을 바라보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80만원까지 위협받으며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두가지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삼성증권을 포함한 12개 증권사가 ELW 거래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사장들이 무더기로 기소된 것도 그 중 하나다. 만약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이 유죄로 판결날 경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업계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박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14년까지다.

삼성증권만 기소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원칙을 중시하던 삼성증권이기에 실망감이 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통운을 둘러싼 CJ와의 갈등도 삼성증권이 시장의 비난을 사게 하는 이슈다. 지난 23일 삼성SDS가 POSCO와 함께 대한통운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CJ가 이미 삼성증권과 자문 계약을 맺고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갑자기 삼성증권의 계열사인 삼성SDS가 인수 경쟁 대상이 돼버리자 배신감을 느낀 CJ는 "금융기관은 신뢰가 생명인데 도저히 비즈니스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삼성증권도 "채권이나 퇴직연금 등 각종 금융상품 분야에서 CJ는 우리의 소중한 고객인데 그 관계가 어그러지는 것을 우리로서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며 CJ달래기에 나섰지만 쉽게 사그라들 모양새는 아니다.

삼성의 잇따른 악재들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덩치가 큰 만큼 악재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의 악재들이 외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부비리와 산업재해, 소송 등이라는 점은 기존에 삼성이 가지고 있는 1등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자랑으로 내세우던 3DTV의 품질이 경쟁사에 밀린다는 해외평가까지 나오면서 '내공'자체에 대한 불신감도 드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3세 경영 체제로 넘어가면서 3남매가 회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생길 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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