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지진보다 무서웠던 1천원짜리 부품
[기자수첩] 대지진보다 무서웠던 1천원짜리 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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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공권력 투입으로 유성기업의 파업이 종료가 됐지만 한 협력업체 파업으로 인해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춰버리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 대지진에도 끄떡없던 국내 자동차업계가 1000원 남짓한 부품 하나 때문에 휘청거렸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일본 대지진 때 토요타, 혼다 등이 주춤한 사이 현대기아차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약진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부품 하나 때문에 제동이 걸릴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왜 한 협력업체의 파업에 국내 자동차업계가 이렇게 맥을 못추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부품 원소싱'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전자업계 등은 핵심부품의 경우 한두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엔진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의 경우 현대기아차는 전체 물량의 70%를 유성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르노 삼성이나 쌍용차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한이연'이란 또 다른 업체에서 부품을 납품받고 있지만 소형 일부차종에 불과하다.

삼성, LG 등 전자업계도 냉장고나 세탁기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특수고무 부품을 동아화성이란 업체에 70%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결국 특정 업체의 생산이 막히면 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위험성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유성기업과 같은 '사태'를 예상하고 있었다. 특정 업체의 생산이 막히면 해당 업계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면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품 조달에 따른 리스크 관리보다는 비용절감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는 것이다.

물류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재고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품질관리를 핑계로 협력업체를 대폭 줄인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업계의 지적도 있다.

현재 공권력 투입으로 유성기업의 파업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문제는 또 다시 강압적으로 납기일을 맞추다 보면 제 2의 유성기업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제2의 유성기업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의 이유로 핵심부품을 몇몇 협력업체에만 의존했던 부품 원소싱 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공급선의 다변화나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 등에 대비하기 위한 부품의 글로벌 소싱 등도 이뤄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 키운 협력사 하나보다 모든 업체들이 윈윈할 수 있는 공생관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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