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외환보유액 2천억弗 간다?
연말 외환보유액 2천억弗 간다?
  • 김성욱
  • 승인 2004.1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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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엔화 절상으로 증가 속도 빨라져
과다 비용 지출. 통화정책 혼선 우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연말에 2천억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지나친 증가는 원화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통안증권의 발행 등으로 이어져 당국의 과다 비용 지출 문제와 함께 통화정책에 전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15일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천861억 달러로 지난 10월말에 비해 77억 달러 증가했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증가한 금액(40억 달러)의 두배 정도가 보름 만에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은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환당국의 개입이라는 점보다도 유로화 및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러 약세 전략으로 인해 최근 한달간 엔화는 3.6%, 유로화는 4.2% 정도 상승한 상태다. 10월 한달 증가한 금액의 대부분이 유로화 등 타 동화의 가치상승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 국제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을 미국채 등에 운용하면서 발생한 이자수익과 보유한 유로화와 엔화 등의 가치 상승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로 인해 달러 약세 전략을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원화는 물론 유로화와 엔화의 가치 상승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 증가 속도는 과거와 달리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은행에서는 외환보유액의 통화별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달러화 비중을 낮추고 유로화 등 여타 통화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비중은 지난 2000년 63.0%에서 2002년 60.4%로 감소했다. 반면 유로화 비중은 12.3%에서 13.6%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 유로화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2003년 두바이 G7 정상회담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로화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각 나라의 유로화 비중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로화의 가치 상승만으로도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시장개입으로 인해 금년 말 이전에 외환보유액 2천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보유한 유로화와 엔화의 가치 상승으로 인해 추가 달러 매입이 없어도 외화보유고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사태가 지속된다면 금년 말 또는 내년 초 우리나라 외화보유고는 2천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의 증가는 그리 반길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과다한 외환의 보유는 한국은행 등 정부가 그만큼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지나치게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증가는 국가의 비용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덕청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은 부인하고 있지만,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넘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외환의 증가는 공짜가 아니라 비용이다. 지금처럼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 불필요한 이자가 지급될 수밖에 없으며, 원화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여기에 동요할 필요는 없다”며 “천천히 하락하는 것이 좋은지, 빨리 가서 적응하는 것이 좋은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큰 틀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미 적정 이상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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