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처만 남은 과학벨트…정책 혼선이 갈등키워
[종합]상처만 남은 과학벨트…정책 혼선이 갈등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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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말 많고 탈 많던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거점지구가 확정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대전 대덕단지를 최종 선정했다. 이와 함께 대덕단지에 인접한 오송, 오창, 세종시를 기능지구로 결정했다. 거점지구에는 과학벨트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들어선다.

과학벨트 거점지구가 최종 선정됐지만 이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의 골이 깊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과학벨트 유치는 충청권으로 예정됐다. 하지만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며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화근은 세종시 수정안 무산이 제공했다. 수정안이 부결되며 과학벨트 거점지구 선정이 허공 위로 뜬 것이다.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며 국책사업 추진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이 과정에서 과학벨트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정치권은 물론 지역 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 스스로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며 과학벨트를 지역 갈등의 폭탄으로 만든 것이다. 뒤늦게 당초 계획대로 충청권에 과학벨트가 안겼지만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는 주된 이유다.

여기에 이번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탈락지역 반발이 더 확산되고 있다.

가장 반발이 거센 곳은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이후 과학벨트 유치를 기대했던 경북ㆍ대구권이다. 동남권신공항이 무산된 뒤 과학벨트까지 불발로 끝나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과학벨트 경북·울산·대구 3개 시·도 범시도민유치추진위원회는 "과학벨트 입지선정은 정치논리에 따라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따라서 한동안 경북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규탄대회 등 집단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 관계자 또한 "신공항 백지화 때처럼 정부가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호남권도 정부가 '짜 맞추기 심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상 충청권에 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광주ㆍ전남 등 다른 지역은 들러리를 세웠다는 의혹에서다.

김영진(민주당 의원) 과학벨트 호남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불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사전에 '대전 확정설'을 흘리는 등 국책사업인 과학벨트를 정치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대전을 내정해놓고 여론 물타기를 했다는 것이다. 유치전에 뛰어든 각 지자체들이 정부정책에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또 다른 이유다.

입지가 사전에 선정됐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며 탈락 지역이 '원천 무효'를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가 지자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탈락지역에 공공기관 몇 개를 나눠주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흐르고 있다.

신공항백지화 뒤 영남지역 민심달래기 용으로 LH가 진주로 일괄이전된 것처럼 돌려막기 식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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