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위축에 감정평가사들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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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 공단화, 매출액 감소 등 악재 수두룩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감정평가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공적평가 시장에서 민간업체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공단화가 추진되면서다.

담보평가나 일반평가 등 민간평가 시장은 위축되는 데 수익원은 줄고 있다. 감정평가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기업회계기준(IFRS)도입에 따른 유형자산 평가도 쟁점이다. 당초 회계기준 상 유형자산평가는 최초 취득가격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IFRS가 도입되며 유형자산을 현재 시점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기업 재무제표 상 부동산 감정평가 업무는 알짜 수익원이다. 민간평가 시장 위축을 걱정하던 감정평가업계로선 희소식이다. 하지만 공인회계사업계가 발목을 잡았다.

회계기준상 전문 자격을 규정하지 않아 배타적 업무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공적평가시장 뺏겼다"…울상 짓는 평가사들

감정평가업계 최대 관심사는 한국감정원이다.

최근 한국감정원 공단화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적평가 업무가 한국감정원에 이관된다. 대표적 업무는 지가변동률사업과 임대사례조사다.

국토해양부 장관은 매달 토지가격 변동을 고시해야한다. 지가변동률사업이다. 지금까지 국토부는 우수감정평가법인(14개 업체)에 용역을 줬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가변동률사업을 한국감정원 업무로 제한하는 규정을 포함했다. 매달 시행되는 이 사업이 한국감정원 업무가 되는 것이다. 이들 용역비는 평균 180억∼200억원 규모다.

임대료 및 임대수익을 조사․발표하는 임대사례조사도 한국감정원 몫이 된다.

그간 정부는 우수감정평가법인을 제외한 소형평가법인에 이 업무를 맡겼다. 중․소형 평가업체들의 수익을 확보해준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수평가법인은 물론 소형법인 또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공적평가시장 매출에 타격을 입어 경영여건 악화가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감정평가사는 "최근 담보대출 시 감정평가수수료를 채무자가 아닌 은행이 감당해야 한다는 확정판결이 나와 수수료 감축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며 "감정평가 매출은 수수료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장 위축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간평가시장이 급격히 줄며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한국감정원이 공적평가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민간업체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 평가사 3000명 시대, '먹거리'는 없다

감정평가사는 매년 200여명 씩 배출된다. 지난해 2958명이던 감정평가사 수가 올해 최초로 3000명을 넘었다.

평가사 수는 느는데 시장은 포화상태다. 먹거리가 없으니 전문직 실업자가 늘고 있다.

평가업계 매출액 규모는 2006년 이후 답보상태다. 2009년 5500억원이던 매출액 규모가 지난해에는 5121억원에 그쳤다. 오히려 매출액이 준 것이다.

정재홍 나라감정평가법인 평가사는 "평가업계에 악재가 겹치며 구조조정 폭풍이 불고 있다"며 "자격증을 법인에 맡겨놓고 겸업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귀뜸했다.

IFRS도입에 따른 유형자산평가는 시장 위축에 시름하던 업계에 새로운 희망이 됐다. 민간 평가시장의 대체 수익원으로 상장기업 자산재평가가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향후 5년간 상장기업의 자산재평가 시장 규모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평가액 기준으로는 800조원, 평가 수수료 기준으로는 1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인회계사회 반발이 거세 자산재평가 시장이 연착륙할지는 미지수다.

공인회계사업계는 평가사들이 유형자산 평가 업무를 독점하는 것은 회계투명성을 저해한다며 업무분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상장사 자산 중 유가증권, 파생상품 등 새로운 무형자산이 있기 때문에 배타적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영식 미래새한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와 회계감사 분리로 기업 투명성, 신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유형자산 평가는 감정평가사 고유 업무다"고 선을 그었다.

문 이사는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공인회계사업계의 요구는 분명한 위법"이라며 "이래저래 평가시장이 한계에 도달해 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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